인연 : 질문과 답

독백 (10)

by 헬리오스


인연 : 질문과 답



인연을 붙잡으려 하자
이미 손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놓으려 하자
오히려 발끝에 와 있었다.


이렇게 인연에는 저마다의 시간이 있다.

붙잡는다고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니고,

놓으려 한다고 쉽게 끊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관계는

아무리 매듭을 풀려해도

끝내 우리를 다시 불러 세우고,

어떤 관계는

온 힘을 다해 이어 보아도

어느 순간 조용히 미끄러져 사라진다.


그래서 인연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에 가깝다.

우리는 흔히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은 선택되는 쪽이 더 많다.
만남도, 이별도 대부분은 우리가 정하지 않는다.


인생은 늘 준비된 자리에서 풀리지 않는다.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느슨해지고,
계획하지 않던 순간에 매듭이 저절로 풀린다.


인연이 묻는다.

“강을 붙잡아 본 적 있는가.”

나는 고개를 젓는다.

“붙잡지 않아도 흐르고, 붙잡으면 이미 다른 물이다.”


나는 다시 묻는다.

"인연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습니까."

인연이 웃는다

“시계는 시간을 재지만 인연은 시간을 기다린다.”

“조건이 모이면 만나고 조건이 흩어지면 떠난다.

오는 것도 네 뜻이 아니고 가는 것도 네 뜻이 아니다.”


나는 또 말한다.

"그래도 사람은 애씁니다."

인연이 묻는다.
“꽃이 애써 피는가.”

나는 대답하지 못한다.

“봄이 오면 피고 봄이 가면 진다.
꽃은 머물 생각이 없다.”


나는 또 묻는다.
"그럼 사랑은 무엇입니까."

인연이 말한다.

“사랑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같이 비는 것이다.”

“두 손을 꽉 쥐면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내 손을 본다.


인연이 말한다.
“인생은 기대한 문에서 열리지 않는다.
열어 둔 문에서 들어온다.”

나는 다시 묻는다.
"기다리면 옵니까."

“기다리면 늦고 쫓으면 어긋난다.”

“다만 비워 두어라.”

나는 조용히 앉는다.


인연이 마지막으로 말한다.
“인연은 소유가 아니다. 지나가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건너는 것이다.”


오늘도 사랑이 스쳐만 간다.
나는 붙잡지 않는다.
다만 지나가는 소리를 잠시 들을 뿐이다.


P.S.

참, 모든 것이 부질없다.

그런데도 왜 그리도 집착하는지...

이 삶이 뭐라고...

그만 놓으면 될것을.




#인연 #관계 #사랑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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