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렇게 피고 진다 : 연작 (1)
페르세포네처럼,
한 알,
붉게 터지는 석류의 속살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열었다.
그것은 유혹이 아니었다.
태초부터 내 안에 심겨진
뜨거운 숨결의 갈망이었다.
하데스는 어둠이 아니라,
내 안의 불을 본 자였다.
그의 손끝이 닿자
나의 겨울은 봄이 되었고
불모였던 나의 땅에는
젖과 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꺾지 않았다.
그저 내 안의 문을 열었을 뿐,
나는 열리는 법조차 몰랐던 문을.
그 안에는 바람이 있었고,
빛이 있었고,
세상의 시작처럼 고요한 떨림이 있었다.
그의 숨결은 꿀처럼 무르고,
그의 체온은 젖처럼 따뜻했다.
내 입술을 적시고
내 허리를 적시고
마침내 내 심연에 스며
이름 없는 꽃을 피워냈다.
나는 흙이 되었고, 씨앗이 되었고,
마침내 피어나는 여인이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즐거움의 끝에는 되돌아감이 없음을.
나는 슬프지 않았다.
잃은 것이 아닌,
마침내 가득 찬 여인이 되어
나는 기꺼이 잊었다.
되돌릴 수 없는 계절처럼,
돌아오지 않는 바람처럼.
그의 품은 지하가 아니라 정원이었다.
빛이 머물다 가는 음영 속,
나는 축복처럼 피어나는 꽃이 되었다.
하늘도 땅도 모르는,
오직 그와 나만이 아는 계절.
사랑은 죄가 아니었다.
그건 뿌리와 꽃이 만나는 순간,
젖과 꿀로 적시는 몸으로 쓰는 시였다.
나는 다시 피어나기를 원한다.
그의 손이 닿은 흙에서,
그의 숨결이 머문 바람 속에서.
기억의 끝마다 그를 갈구하며
나는 매번, 또 다른 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