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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풍경

by 헬리오스

아침,

햇빛이 방 안으로 스며들며 나를 깨운다.

얇은 커튼을 미는 바람,

그 틈으로 부서져 들어오는 빛의 조각들.


빛은 방 안의 모든 것들을 조용히 어루만진다

어제 벗어둔 옷, 식지 않은 찻잔,

그리고 나의 게으른 숨결.


나는 창을 연다.

바람은 속삭이며 들어오고,

빛은 저마다의 언어로

세상을 새로이 짓는다.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음악은 흐르고,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며,

식탁에 앉아 따뜻한 빵을 찢는다.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 위로,

그 사람의 눈동자가 떠오른다.


정오,

햇빛은 길 위에 흔들리고,

열린 상점들 사이로 가벼운 웃음과 음악이 골목을 채운다.

분주한 세상이 나를 지나쳐 간다.


오후는 조금 느려진다.

하늘은 색을 바꾼다

짙은 파란, 흐릿한 분홍, 그리고 이름 모를 회색.

태양은 천천히 기운다.

내 방에도 그늘이 늘어진다.


책을 펼치지만,

활자보다 그 사람의 얼굴이 더 오래 머문다.

문장과 문장 사이로,

그 사람이 조용히 걸어 들어온다


저녁,

석양의 하늘은 불붙은 꽃잎처럼 타오르고,

가로등은 하나둘 빛을 부풀린다.

거리의 소음은 부드러워지고,

창 너머 사람들은 제각기 작은 집으로 돌아간다.


나는 창을 닫는다.

바람은 멀어지고,

어둠은 방 안을 천천히 채운다.


이 하루는 특별한 일이 없다.

그러나,

너로 시작해, 너로 끝난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너와 이어진

작고 따뜻한 하루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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