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불행할 필요는 없는 거지. 그렇지?
바스러질듯한 하루의 끝에 서면
버틴 스스로가 장할 새도 없이
찾아올 내일이 무서워
차라리 무너지지 못한
스스로를 탓했다.
견딜 수 없는 불안에
수화기 너머 널 찾은 밤이면
덤덤한 온기가 묻어나는 네 목소리를
서럽게 부둥켜 안기도 했다.
퉁명한 내 타박에 네가 웃으면
툭, 툭 내리는 빗방울도
낭만이 되던,
네 목소리에 기대어
고단한 하루를 재워도 우린 아닌 거지.
잡아먹을 듯 달려오는
현실을 물리치고 나면
네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어쩔 길 없이 너를 사랑하던 나를
너는 끝내 몰랐으면 좋겠다.
숨소리 가득한 네 긴장을
내가 외면했듯
끝내, 너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