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8/화/맑고 상당히 더움
보양식을 먹어도 될 정도의 날씨다. 날씨도 날씨지만 아내의 수면장애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 부모산을 오르내리는 길에 거의 매일 두 번씩 지나는 흑염소 전문 식당도 한몫했다. 점심산행 포기하고 흔치 않은 평일 부부동반 점심. 메뉴는 흑염소탕. 살짝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지만 오랜만에 먹는 탕을 한 그릇 다 비웠다. 한 그릇에 만 삼천 원. 윗동네 식당보다 4천 원 저렴한 아랫동네 식당에서. (이 동네 흑염소 밀도가 상당하다.)
탕류는 파주에서 근무하던 초급장교 시절 당시 대대장님께 먹는 법을 배웠다. 뭐 특별할 거 없어 보이지만, 맵고 뜨거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초딩 입맛에겐 획기적인 방법이었다. 우선 국물 맛을 본다. 뜨거운 국으로 속을 달랜다. 위장이 놀라지 않도록. 건더기를 소스를 찍어서 맛본 후 공깃밥을 뚝배기에 만다. 뜨거운 국에 뜨거운 밥이 더해지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밥을 덜어낸 빈 공기가 남았다. 뜨거운 국밥은 두 세 숟가락 스테인리스 밥그릇에 덜어 식혀 먹는다. 하나 더 남았다. 국물이 줄어 뜨기 힘들어진 뚝배기를 받침대에 어슷하게 올려 경사를 준다. 이때쯤이면 남은 국밥은 먹기 좋게 식어있다. 완뚝!
아내가 덜어준 공깃밥 반그릇까지 야무지게 말아서 난 만 오천 원어치 먹은 거 같다. 고기를 잘 안 먹는 아내도 생각보다는 많이 먹었다.
염소…
너희들은 염소가 얼만지 아니(몰라 몰라) / 아프리카에선 염소 한 마리 4만 원이래(싸다!) / 하루에 커피 한 잔 줄이면 한 달에 염소가 네 마리 / 한 달에 옷 한 벌 안 사면 여기선 염소가 댓 마리 / 지구의 반대편 친구들에게 선물하자 / 아프리카에선 염소 덕분에 학교 간단다 / 학교 보내자. - 옥상달빛, ‘염소 4만 원’
‘난 어중이떠중이 어디에도 속하질 못해 / 도통 적응이 되지 않는 눈빛 im a goat’- 원슈타인, 'goat'
GOAT(Greatest Of All Time)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에서 유래한 특정 스포츠 종목 역사상 최고의 선수를 의미하는데 어느 분야에서 최고를 말한다.
흑염소, 붉은 염소, 그리고 GOAT.
염소는 고집불통으로 자신이 하고 싶지 않으면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성질도 매우 억세고 사나우며 야생 때 버릇이 안 없어져서 계속 자기 마음대로 하기도 한다고.
그런 녀석이 아프리카에 가서 한 가족의 가난을 구제한다니. OMG(oat)! 탕 세 그릇이면 염소가 한 마리라니 너무 호사스러운 점심을 먹은 건 아닌지.
내 몸뚱이 하나, 처자식 건사에 숨이 차지만, 좀 더 주위를 살피며 살아가기를. 아프리카에 염소 한 마리 보내야지.
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