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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Jul 17. 2024

추어(鰍魚)

20240717/수/맑음

#미꾸라지 #법꾸라지

아차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쉬는 날이지만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고 베란다 창 너머 어둑해진 하늘을 보다가 국기를 내걸지 않은 걸 알았다.

제헌절. 국경일이다. 빨간 날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잊고 지낸다는 그날. 하루종일 쉰 나마저… 미안함이 두 배.


법대에 가고 싶었다. 어릴 적 형과 형 친구 사이에 다툼이 생겼는데 형편을 들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에 없지만, 내 생각에 형이 잘못했다. 그때 형은 서운함을 너머 배신감을 느낀 거 같았고, 난 법조인이 어울리는 꼬마, 공평무사의 화신. 딱 거기까지였던 거 같다.


고3 시절, 모의고사에서 늘 전국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친구는 S대 법대를 졸업하고 쉽게? 사법고시를 통화 후 검사를 거쳐 얼마 전 변호사 사무실을 차렸다.

학군단에서 인연이 된 후배는 해병대 전역 후 로스쿨을 거쳐 검사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돼서 과로사로 사망했다.

법대에 못 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열받는다. 법꾸라지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킨 나쁜 법조인과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격변의 시기에 책을 한 권 샀다.

‘다시, 헌법’. 법이 궁금했고, 법을 알아야 할 거 같은 시대. 아 C 먹고살기 바쁜데. 먹고살기 바빠서 책은 아직도 S급으로 고이 모셔져 있다.(두꺼워서 폼은 좀 나는 편이다)


법이 각광을 받는 시절이다. 정치판에서는 고소, 고발이 판을 치고, 법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법을 유리하게 이용하려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다. 법은 넘쳐나는데 법은 없다. 법추어(法鰍魚) 몇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리고 있다.


하루종일 잊고 보낸 제헌절의 끝을 잡고 주절주절. 내일 저녁 메뉴는 추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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