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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썰 Jul 18. 2024

종달새빵집

20240718/목/비

#종달새빵집 #모닝빵

빵도령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이불속에서 눈만 뜨고 ‘한 지붕 세 가족’을 보면서 빵을 먹었다. 빵만 먹고도 살 수 있을 거 같은 시절도 있었다. 요즘 점심도 땅콩잼을 바른 식빵이 주다. 땅콩잼 맛도 중요하지만 식빵이 맛있어야 한 주의 점심이 즐겁다.


아들은 자원봉사, 아내는 일본어 수업 및 연수. 아침에 기사 노릇을 하고 돌아오는 길.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집 근처 ‘종달새빵집’으로 찍었다. 식빵이 맛있었던 맛집, 빵집, 맛빵집? 쏟아지는 빗속에 열 시가 좀 넘어 도착. 내가 첫 손님인 거 같다. 목욕을 막 마친 신생아 궁둥이처럼 생긴 식빵들이 두 줄로 엎드려서 엉덩이를 말리고 있다. 이 집 식빵은 뜨겁다. 점심이 되기 전에 식빵은 다 나가고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이게 뭐라고 뭔가 뿌듯하다. ‘식빵 주세요’의 ‘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


식빵이 식어야 컷팅해 줄 수 있단다. 그제야 아내가 11시쯤에 가야 식빵 살 수 있다는 말이 11시 전에 가라는 말이 아니라 꼭 11시에 가라는 말임을 깨달았다. 너무 이르면 컷팅 전이고, 조금 늦으면 매진이다. 잠시 고민한다. 그냥 달라고 해서 집에서 자를까? 잘 자를 자신이 없다. 그전에 귀찮다. 기다리자니 너무 긴 시간이다. 그 와중에 쇼케이스에서 테닝을 한 듯 까무잡잡한 크로와상들이 눈짓을 한다. 어느새 웃는 눈이 되고 입가엔 미소가, 입 속엔 침이.


잘 참고 탕종치트모닝빵 한 봉지를 들고 나왔다. 잠시 머물렀다 나왔는데 힐링되는 기분. 고소한 빵 숲. 새소리가 들리고 온몸을 치톤피드, 아니 피톤치드(얜 늘 헷갈려)가 휘감는 느낌이랄까? 짧은 순간 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빵집 주인의 꿈. 때론 주린 배를 채우고, 때론 부족한 행복을 채우는 빵빵한 집. 가끔 빵 터지는 유쾌한 빵집.


문득, 특이한 이름이 궁금해졌다. 독일 라이프치히 지방에는 Lerche라는 쿠키가 유명하다는데, 독일어로 종달새란다.

아주 오래전 이 지역에는 종달새가 식용으로 쓰였고, 시대가 변하며 동물보호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사냥을 금지하였고, 종달새 요리를 대신할 먹거리로 만들기 시작한 과자라는 설이 있다. 종달새-쿠키-빵으로 이어진 걸까?


모닝빵이지만 점심으로 잘 먹고, 다음엔 꼭 열한 시에 가서 식빵을 사야지. 잊지 말고 빵집 이름의 유래도 물어봐야지.

궁금증이 살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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