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4/수/대체로 맑음
어떤 이는 산이 거기 있으니까 오른다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어차피 내려올 산 왜 오르냐고 했다.
계획적으로 산에 오르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당근마켓에서 대한민국 100대 명산 여권을 구했다. 삼천 원. 100대 명산이 인쇄되어 있고, ‘오등완’이라는 도장과 빨간 잉크 패드가 한 세트다.
아내와 함께 남은 시간 동안 오르기로 오랜만에 의기투합.
개인적으로 이중 12개 산은 등반 경험이 있지만,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
첫 산은 ‘덕유산‘.
아침 8시 반에 출발해서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40분 달렸다. 구천동에서 백련사 까지는 계곡으로 흐르고 넘치는 물을 바라보며 트레킹 코스를 걷는 듯 완만하다.
백련사를 통과하면서부터 경사가 급해지고 나무 계단이 많아진다. 중간에 250 계단이 이어진 코스를 쉬지 않고 오르는 건 쉽지 않았다.(힘들어서 오르면서 세봄)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넓은 정상. 여기가 ‘향적봉(香積峰)‘. 무주 구천동 계곡 33경 중에서 제33경에 속하는 곳으로 덕유산의 최고봉(1614.2m). 비공식 기록으로 2시간 50분. 얼마 전 속리산을 뛰어오르던 추억과 비교하면 오늘은 많이 지쳤다. (수면 부족 탓인 듯). 아내의 무릎이슈를 핑계로 하산은 1인당 1만 7천 원짜리 곤돌라로 15분.(흠 0.5/100으로 해야 하나?)
함께 이룰 목표가 생긴 게 좋다. 기록의 시각화 도구가 생긴 것이 목표달성에 대한 확신을 준다.^^
100/100을 향한 첫걸음. 좋은 시작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온통 푸른 산, 산, 산. 자연스러운 음영을 입은 산들이 더 웅장하고 멋지다. 삶도 그럴까? 음영이 조화를 이루면 더 멋지겠지? 지난 그늘의 세월이 의미가 되도록 밝고 환하게 살자.
p.s. 1. 늦은 점심으로 먹은 ‘전주 돌솥비빔밥’은 많이 아쉬웠다. 지자체 차원에서 단속을 해야 할 듯. 전주비빔밥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저렴함(가격은 안 저렴함).
p.s. 2. 곤돌라는 여러 대의 탑승기가 줄에 매달려있고 줄의 양쪽 끝에 설치된 바퀴 모양 기계가 끊임없이 회전하며 줄을 움직여서 이동하는 원리. 멈추지 않고 순환하며 운행되기 때문에 곤돌라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타고 내리는 점이 케이블카와 구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