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5/목/맑음
앙버터는 합성어로 일본어인 앙꼬의 '앙' 그리고 '버터'가 하나로 합쳐진 빵 이름. 빵 안에 팥앙금과 버터를 곁들여서 만든 일본 요리. 쉽게 말해 두꺼운 버터가 팥앙금과 함께 합쳐진 빵.
동네 빵집 식빵 식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잡곡식빵 줄까, 하얀 식빵 줄까? 이번엔 하얀 걸로. 파티시에가 식빵을 자르는 동안 쇼케이스를 쓰윽 훑는다.
다 맛있어 보인다. 하나만 추천해 달라니 이 집 시그니처 크로와상을 권하신다. 하나 주세요. 말이 끝나는 순간 이 녀석을 보았다. 작은 쇼케이스 안에서 날 바라보던 녀석.
앙버터가 있네요. 이걸로 주세요. 식빵은 내일부터 며칠간의 점심. 앙버터는 오늘 간식.
처음 앙버터를 접했을 때 감탄했다. 한창 세상의 모든 것들의 유래가 궁금해지는 나이다. 모든 것에는 시초가 있었을 테고 그 시초가 계획된 노력이던, 우연의 산물이건 간에 신기하고 놀랍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배코쌤 자주 쓰게 되네)
일본어 수업이 끝난 아내를 태워 ‘바보 아저씨’네 가서 돈가스 콤보와 빠네로 배를 가득 채운 터라 간식은 용도 변경. 낮잠을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서 우유 한 잔과 앙버터가 저녁메뉴다. 간헐적 단식 중인 아내가 식탁에 꺼내놓은 앙버터는 그새 버터가 다 녹았다. 한 입 베어 물고 나서 냉동실에 넣어본다. 한참을 기다렸다 꺼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다. 그냥 먹자. 앙버터는 버터가 녹으니 그 맛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느낌이 아니다. 그리고 알았다. 앙버터는 맛보다 느낌이 더 중요하다는 걸.
때를 놓치면 때론 원상복구가 어렵게 된다. 다 때가 있구나.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앙버터는 단팥과 버터도 맛있지만 발음도 참 맛있다. ‘앙’이 주는 느낌이 뭐랄까. 암튼 좋다.
왜 아무 말도 못 해? 빨리 대답해 봐, 앙? 이렇게 우리말에도 있고, 怏(원망할 앙). 한자에도 있다.
앙… 드레김이에요
드… 자이너예요
레…이름은
김…복남입니다.
추억의 개극 속에도 있다.
p.s. 크로와상도 일본빵인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