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9/월/맑음. 세계 비둘기의 날...은 아니더라.
먹고 설거지 좀 해.
응.
할 거였다. 다음 날 아침에.
토요일 근무 후 퇴근하니 아들용 만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삼겹살을 굽고 어쩌고 저쩌고.
주말에 내려오는 아들 녀석 먹이려는 엄마 맘.
한 가지 이해 안 되는 건.
설거지는 시킬 수 있잖아. 뭐 됐고.
암튼 설거지 거리가 많진 않았지만 기름기도 좀 우려내야 하고해서 물에 담가두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 시청.
자정이 넘어 자려는데 영화채널에서 '밀수'를 준비 중이다. 개봉관에서 두 모자가 보고 와서 볼만하다는 평을 남긴, 몇 번을 중간쯤에서 만나 다음에 인연이 되면 꼭 보리라 맘먹었던 영화. 늦게 잤고, 늦게 일어났다.
아내가 설거지 중이다. 아차.
설거지 좀 해놓으라니까.
시퍼렇게 날이 선 말투에 고개 돌려 쏘아낸 레이저 눈빛.
데자뷔.
늘 타이밍이 문제다. 청소도 설거지도.
아참 안 먹고 출근. 입맛이 있을 리가.
혹시나 한 퇴근길. 역시나 그냥 아침에 풀고 나올걸. 늦었다.
짜장라면 두 개 끓여 먹고 설거지 뚝딱 하고… 소파에서 잔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침묵 전쟁.
3일째
장기전이 될 분위기. 종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예전엔 어떻게 화해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혈기왕성한 시절엔 그런대로, 또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감정의 설거지는 쉽지 않다.
하~ 이놈의 설거지가 문제다.
p.s. 남을 비난, 비판한다는 뜻의 '디스'는 'disrespect'의 줄임말이다. 'diss'라고도 쓴다.
Yesterday morning, when she was doing the dishes, she dissed me.
But I won't diss she's diss. I will do the dis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