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월/종일 비
주는 걸까? 받는 걸까?
벌써 2년. 다시 이사다. 2년 주기로 찾아오는 스트레스. 이번 이사준비도 순탄치 않았다. 아무튼 낼모레, 코 앞으로 다가왔다.
아내는 2년 전처럼 대형 종량제 봉투를 여러 장 사다가 꽉꽉 채웠고, 노란 딱지를 사다가 착착 붙여나갔다.
많은 수의 인형은 커다란 투명비닐봉지에 몸을 실어 ‘아름다운 가게’로, 강원도 처가 창고로 갔다. 커다란 곰인형의 가슴엔 노란 딱지가 붙었다.
입양을 보낼 요량으로 깨끗하게 목욕재계(沐浴齋戒)까지 했지만 코가 문제였다. 2년 전 이삿날 녀석은 까맣게 윤기 나던 코를 잃었다. 사다리차를 타고 발코니 난간을 넘어 들어올 때 없었다. 코가 없어 밋밋한 녀석을 누가 받아줄까 싶었다. 짐을 줄이려는 아내의 강한 의지를 알기에 이별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 퇴근해 집에 왔는데 발코니 캠핑의자 위에 녀석이 떠억. 1층 분리배출장 옆에 녀석을 두고 돌아오는 아내를 자꾸 잡아끌더란다. 정(情)이다.
요즘 아내들은 대체로 박절치 못하다. 덩치가 자기만 한 녀석을 다시 안고 돌아왔다. 당신은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습니다.
우리 함께 이사 간다. 무콤돌이. 이름은 지금 방금 지어 줬다.
받을 땐 꿈속 같고 줄 때는 안타까운 것이라고 가왕 조용필 형님은 말씀하셨다.
아내의 진심에 내 코 끝이 찡했다. (아내는 나도 버리진 않겠구나.)
코가 없는 우리 무콤돌이도 코끝이 찡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