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썰 3시간전

불역락호(不亦樂乎)

20241126/화/흐림

#미안해_내_친구야 #우정

왜 이리 흰머리가 많아졌어?

(응? 난 모르지)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

비 내리는 이른 아침. 구리에서 출발. R.O.T.C. 동기가 왔다. 청주까지 한 시간 반 운전해서.

역사를 전공하고 중위로 전역 후 20년 넘게 언론사에서 근무한 친구.

광화문에 갈 때면 밥도 차도 많이 얻어먹고 마신, 신세 많이 진 친구.

단톡방에서 퇴사의 뉘앙스가 느껴져서 긴가민가 했는데 벌써 두 달이 지났단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사업을 준비했다고.

라운지 가까운 중국집에서 짬뽕 한 그릇, 라운지에서 차 한 잔 대접했다.

살아온 이야기들과 사는 이야기, 그리고 살아갈 이야기들.

살아온 이야기들이 살아갈 이야기들보다 많아서 조금 슬픈 나이가 된 우리.

아랫사람 닦달 못하고, 충분히 대우해 줄 자신이 없어 1인 사업을 하겠다는 친구.

강한 인상에 반해 순둥순둥하고 무섭다고 놀려도 다 받아주는 착한 친구.

올해도 서울서 열릴 송년회에 못 갈 친구를 찾아와 안부를 묻는 친구.

잘 돼야 할 텐데. 잘 될 거라, 도울일 있으면 예전에 그랬듯이 서로 돕고 살자.


꼭 운동 시작해라.

짧은 만남. 악수로 보낸다.

짬뽕 한 그릇이 내내 미안하다.


불역락호(不亦樂乎)아.

이전 23화 야식 선포 (夜食宣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