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수/눈
아침부터 뉴스에, 포털에, SNS에, 단톡방에 온통 눈이다.
청주는 아직이었다. 출근준비를 하는데 거실에서 다급한 아내의 목소리.
눈 온다. 다급함이 아니라 반가움.
출근길 라디오에서도 눈이 흘러나온다.
한눈파는 새 그쳤다. 다시 내린다. 다시 그쳤다. 해가 반짝. 또 내린다.
오래 내릴 눈이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그친다. 또 내린다. 비다. 아니 비 같은 눈.
맘을 정했는지 퍼붓기 시작한다. 곱고 예쁜 송이로.
첫눈이 내렸다. 내린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눈은?
라운지에 앉아 쇼윈도를 통해 바라보는 눈 내리는 풍경은 평화롭다. 아름답다. 마치 커다란 스노볼.
슬퍼하지 말아요~ 하얀 첫눈이 온다고요.
흐리고 손님도 뜸한 수요일 저녁. 자칫 우울할 뻔했다.
아스라이 사라져 너무도 그리운 기억들은 없지만, 눈 때문에 고생한 기억들만 스멀거리지만,
어두워지는 하늘에 하얀 점들이 가득 흐르는 지금, 퇴근길 걱정 따윈 잠시 접는다.
찬 한 잔 내려 본다. 아니 티백을 우려 본다. 애플 시나몬.
첫사랑처럼 밀당하며 내려온 첫눈... 에 반한 저녁. 잠잠해진다. 딱 한 번만 더 흔들어 주시면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