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틈 속에 자리하는 것들.
부서지고 갈라지는 것들이 있는 곳의 끝엔
조그만 틈이 있어 햇살이 들고 비가 새고 바람이 스친다.
그리고 시.
오래 만지작대어 손 때가 잔뜩 묻은,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넘실댄다.
아무리 무게를 달아보아도
잴 수 없는 것들의 무게가
짓무른 두 발을 감추게 만들지만
그게 그리 부끄럽지가 않은 건
아마 갈라지고 터버린 틈을
고유하다 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그마한 틈 밖으로 보이는
자유를 관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간질거리게 볼을 스칠 때면
내게 하늘과 땅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 그러니 시를 쓴다.
낡고 꼬질한 것들이
원래는 안 그랬냐는 듯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니 어찌 그냥 그 틈새를 지나칠 수 있겠는가.
어찌 시간을 쉽게 놓아줄 수 있겠는가.
어찌 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