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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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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10. 2022

시를 쓴다





하나의 틈 속에 자리하는 것들.

부서지고 갈라지는 것들이 있는 곳의 끝엔

조그만 틈이 있어 햇살이 들고 비가 새고 바람이 스친다.  

그리고 시.



오래 만지작대어 손 때가 잔뜩 묻은,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넘실댄다.



 

아무리 무게를 달아보아도

잴 수 없는 것들의 무게가

짓무른 두 발을 감추게 만들지만

그게 그리 부끄럽지가 않은 건

아마 갈라지고 터버린 틈을

고유하다 칭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그마한 틈 밖으로 보이는

자유를 관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간질거리게 볼을 스칠 때면

내게 하늘과 땅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 그러니 시를 쓴다.

낡고 꼬질한 것들이

원래는 안 그랬냐는 듯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니 어찌 그냥 그 틈새를 지나칠 수 있겠는가.

어찌 시간을 쉽게 놓아줄 수 있겠는가.

어찌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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