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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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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an 30. 2023

달을 보다



까끌한 바람이 볼을 스치는 동안,

산의 새까만 그림자가 어깨 위로 번지는 동안,

나는 꼬깃해진 별들을 빛을 찾아

물러터진 손으로 구석구석을 뒤져대었다.




그 손을 감싸 주었던 것은

쏟아져 내리는 달빛의 냉기.

그마저도 따듯하여

나는 숭배하듯 달을 바라봤다

어쩐지 그가 나를 바라봐 주는 것 같아서  




매일 밤 내 곁을 지키던 그는

아니, 적어도 내가 그렇다고 믿었던 그는

고귀하다는 말이 잘 참 어울렸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 속의 별빛을 모두 모아

그에게 무작정 들이밀었다

그만큼 외로웠던 거겠지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그도 어쩐지 외로워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 밤이 되면 창문을 열어놓았다

달무리라도 지는 날엔

묘한 기분에 공중에 하- 하고 입김을 불어넣기도 하며.




나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 다시 희미 해진 별빛을

슬며시 꺼내본다.

그때의 달을 추억하며, 위로하며, 공명하며.

별빛이 잔뜩 묻었던 그때의 외로움을 한켠지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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