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끌한 바람이 볼을 스치는 동안,
산의 새까만 그림자가 어깨 위로 번지는 동안,
나는 꼬깃해진 별들을 빛을 찾아
물러터진 손으로 구석구석을 뒤져대었다.
그 손을 감싸 주었던 것은
쏟아져 내리는 달빛의 냉기.
그마저도 따듯하여
나는 숭배하듯 달을 바라봤다
어쩐지 그가 나를 바라봐 주는 것 같아서
매일 밤 내 곁을 지키던 그는
아니, 적어도 내가 그렇다고 믿었던 그는
고귀하다는 말이 잘 참 어울렸다
그래서 나는 주머니 속의 별빛을 모두 모아
그에게 무작정 들이밀었다
그만큼 외로웠던 거겠지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 생각하게 되었다
그도 어쩐지 외로워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자꾸 밤이 되면 창문을 열어놓았다
달무리라도 지는 날엔
묘한 기분에 공중에 하- 하고 입김을 불어넣기도 하며.
나는 그랬다.
그리고 지금 다시 희미 해진 별빛을
슬며시 꺼내본다.
그때의 달을 추억하며, 위로하며, 공명하며.
별빛이 잔뜩 묻었던 그때의 외로움을 한켠에 지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