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맘을 가닥가닥 뽑아낸다
거기에 이름을 붙이곤 입술로 으깨어본다
체면치례로 고갤 서너 번 저어 보지만
미리 상실한 것들은
소음처럼 귓가에서 우수수 떨어진다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하나 둘 꼽아다
하늘을 조심스레 올려다본다
그리곤 얄궂은 손가락들을 오히려 하나 둘 펴낸다
시선은 무릎에 박혀버린다
미리 구름 위에 얹어놓은 것들이
이마를 간지럽힌다
하늘빛이 무겁다
두통이 올 것만 같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손가락이 자꾸 움찔거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본다
그 오만함은 뺨을 쇠처럼 금방 달아오르게 만든다
구름 위를 이미 바라본 자는 어떨까
다시 애꿎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아쉬운 시선은 그럼에도 하늘을 향한다
구름이 눈에 쩍 들러붙는다
손가락이 꼽히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