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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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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Jul 25. 2023

구름




이른 맘을 가닥가닥 뽑아낸다

거기에 이름을 붙이곤 입술로 으깨어본다

체면치례로 고갤 서너 번 저어 보지만

미리 상실한 것들은

소음처럼 귓가에서 우수수 떨어진다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하나 둘 꼽아다

하늘을 조심스레 올려다본다

그리곤 얄궂은 손가락들을 오히려 하나 둘 펴낸다

시선은 무릎에 박혀버린다




미리 구름 위에 얹어놓은 것들이

이마를 간지럽힌다

하늘빛이 무겁다

두통이 올 것만 같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손가락이 자꾸 움찔거린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본다

오만함은 뺨을 쇠처럼 금방 달아오르게 만든다




구름 위를 이미 바라본 자는 어떨까

다시 애꿎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아쉬운 시선은 그럼에도 하늘을 향한다

구름이 눈에 쩍 들러붙는다

손가락이 꼽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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