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살얼음판을 걷는 아이
벌써 내려오라니 아쉽단다
손 발을 들어 흔들어 보이고는
어기적 거리다 뒷 발을 매듭지어
보드라운 진흙을 밟고 내려오는데
쉬이 미끄러진다고
털썩 주저앉으며
휙-하고
숨 한 덩어리를 뱉어낸다
쿵-하고 떨어진 숨 덩어리가
빠르게 식어간다
물에 젖은 걸레처럼
가슴 겹겹이 무거워져 온다
그러니 얇은 살얼음판을 딛고 또 디뎌
갈라진 굳은살을 비집고 나와
끝끝내 선홍빛을 고집하는 피가
외려 솔직하다 하겠다
한 덩이의 숨은 되려 두루뭉술하며
욱신 거리기도 하기도 하고
기도를 멋대로 들락거리다
중간쯤에서 들어앉아버리기도 하니까
그러니 피가 있는 곳엔 얕은 들숨이,
진흙이 있는 곳엔 무거운 날숨이 있다 하겠다
나는 그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로
선홍빛 것들의 발자국만을 남기고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