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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Nov 26. 2022

혼자서 하고 싶어요!

윤이랑, 일상 속 작은 발견 여행 74

[가정에서 이렇게 지냈어요!]


"요즘 옷과 바지, 신발을 혼자 입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어제도 아빠랑 목욕 후 혼자서 바지 입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뒤집어 입었지만요." ^^

- 지윤 엄마


[어린이집에서 이렇게 지냈어요!]


"어제 놀이터에 나갈 때는 스스로 운동화 찍찍이도 떼어보고, 구멍 안에 발도 쏘옥 넣어보고는 선생님에게 "응!" 하며 자랑하던 모습이었어요. 또 소변을 보고 나서는 팬티 먼저 올리고 그다음 바지도 순서대로 올리는 것이라고 알려주니 스스로 시도해보며 성취감을 느끼던 모습이기도 하였구요~^^ 가정에서도, 어린이집에서도 점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진 지윤이에게 주말 동안 많은 칭찬과 격려를 해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 지윤 선생님


25개월의 지윤이는 혼자 하고 싶은 게 많아졌다. 어제는 목욕 후 혼자서 바지를 입겠다며 20분을 보냈다. 바닥에 바지를 펼쳐서 앞과 뒤를 구분하고, 접힌 부분을 펴고, 높이가 있는 의자에 앉아 바지에 발을 넣어보고... 어린이집에서 배운 순서가 있는지 진지함을 넘어 심오한 표정으로 바지 입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옆에서 한참을 관찰하다가 "보여줘! 보여줘! 지윤이~ 보여줘!"하고 응원했다. 엄마한테 보여주고 칭찬도 받고 싶은데 생각처럼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도움은 받기는 싫은 눈치였다. 열심히, 열심히 바지를 입었는데 결국 두 다리 모두 한쪽 바지에 들어가 버렸다.


- "이잉~~~"

지윤이는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는지 울었다.


- "아이고~ 언제 이렇게 커서 혼자 바지 입기를 시도하고 있어~? 시도하는 모습이 멋지다!! 잘했어~~"

내 눈에는 그저 귀엽고, 대견한데 지윤이는 바지 입기 프로젝트를 성공하지 못해 속상한 모양이었다.


- "엄마, 도와줘~"

- "그래! 엄마랑 같이 입어 보자~"


옷이나 신발을 혼자 입으려고 시도하다 성공하면 성취감을 느끼고, 실패하면 짜증이 나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하는 모습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의욕을 갖고, 열심히 시도해보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시간은 오래 걸리고, 결국 잘 안 되는 일은 어른이 되어서도 많다. 수능 공부를 할 때도 그랬고,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그랬다. 경험이 있어 능숙한 사람이 볼 때는 '왜 저렇게 하지? 이렇게 하면 금방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구별하고 필요한 것만 취해도 되는데 요령이 없을 때는 중요하지 않은 일에 힘을 잔뜩 빼기도 한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할 부분을 구별하는 것도 자꾸 시도해보고 실패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감각이 생긴다. 그걸 잘하는 사람은 먼저 그 분야에서 성공과 실패를 많이 경험해 본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인 나는 지윤이가 자꾸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잘 안될 때는 다음에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는 게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우리 부모님도 늘 내가 스스로,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결과보다는 과정을 격려해주셨던 것 같다.


지윤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생각해 볼 때 가장 중요한 건 회복탄력성인 것 같다. 인생이 늘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이리 쿵 저리 쿵 부딪칠 때도 있지만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 또 다른 해결법을 찾아가는 힘.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차근차근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다. 요즘은 지윤이를 보며 나를 보고, 지윤이를 키우며 나를 키우는 중인 것 같다. 지윤이의 혼자서 바지 입기 프로젝트를 마음 가득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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