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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Dec 04. 2022

베프의 결혼

내 결혼식처럼 떨렸던 시간

신부가 신부대기실에 도착하기 전, 가장 먼저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위층에서 신부 대기실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길래 '짜잔~'하고 나타나서 인사했다. 주변에 계시던 아버님과 첫째 언니부터 막내까지 오랜만에 뵙고 인사드리니 반가웠다.


신부대기실에서도, 결혼식장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아, 저분이 현진이 지인 중 그분인가?' 하고 속으로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우린 가까운 친구이다. 우리들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래도 가장 어려웠던 순간에 옆에 있어주었던 것 같다. 이 친구가 인생을 걸고 준비하는 시험을 앞두고 친구와의 연락도 자제하고, 제대로 못 먹고 소화도 안될 때 잠깐 얼굴 보면서 마음을 터놓고, 또 어떤 위로할 수 없는 큰 슬픔 속에 있을 때 같이 눈물 흘리는 든든한 나무 같은 친구가 되어주었다. 거꾸로 내가 출산으로 인생의 큰 변화를 맞았을 때, 그리고 코로나 시국에 육아를 하며 누구도 쉽게 만나지 못하는 고립된 환경에 있을 때 "안지영이 엄마가 되다니...!"라고 말하며 찾아와 종종 함께 시간을 보내며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아쉽지만, 그만큼 우리의 옆에 서로가 해주던 역할을 채워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 든든하다. 축사 중에 어쩌면 지금까지는 이 친구를 신랑보다 더 오랜 시간 잘 알아왔지만, 앞으로 누구보다 내 친구를 더 잘 알아갈 신랑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이 많이 와닿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살면서 우정이라는 가치는 꼭 필요하니 소중한 인연의 끈 놓지 말고 서로에게 나무 같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지금까지는 70이 되어서도 내 옆에 있을 친구라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계속해서 변하는 상황 속에 늘 먼저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며... 인생을 살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현진이의 빛나고, 아름다운 순간을 축하했다. 행복하게 지내길, 진심으로 바라.^^


- 너의 나무 같은 친구, 지영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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