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서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한강이다.
지방에 계신 부모님 댁을 갈 때 기차를 타고 한강을 지나면 ‘드디어 출발이구나!‘ 신나기도 하고,
돌아올 때는 한강을 바라보면서 ‘곧 도착이네!‘ 생각하며 내릴 준비를 했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면 다른 일을 하다가도 오늘의 한강과 하늘, 주변 풍경을 바라보곤 했다.
특히나 하루를 마치고 동작대교를 건널 때면 집에 도착해 간다는 안정감도 들고 야경이 정말 예뻐서 서울이 좋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런 한강을 버스나 지하철, 차 안이 아닌 요트에서 즐겨보면 색다른 시선을 즐길 수 있다.
내려다보던 한강이 아니라, 한강에서 내가 지나다니던 다리와 지하철, 버스, 차를 올려다보면 또 다른 기분이 든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동작역에서 내려서 한강을 갔다가 ‘헤이‘라는 한강 위 카페에 갔다.
마침 sns채널 추가 이벤트가 있어서 참여하고 뽑기를 했는데, 큰딸이 요트 탑승권을 뽑는 호사가 있었다.
서울을 떠나기 전 어떤 즐거운 추억을 남길까 고민했는데, 요트 탑승권은 기대 이상의 큰 선물이었다.
연휴가 지나고, 가을비가 계속 내리면서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지만 우리는 18일(토) 저녁 일곱 시에 제니호에 몸을 실었다.
우리 가족과 한 커플만 탑승하는 아담한 요트였는데, 그래서 더욱 우리만의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어 좋았다.
여섯 살 지윤이는 어느새 요트와 밤의 한강을 즐기는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두 살 소윤이는 차가운 바람과 낯선 환경이 불편한지 좀 울기도 하고 불안해해서 꼭 안아주었다.
유독 바람이 많은 날씨였고, 비 온 뒤 기온은 뚝 떨어져서 좀 춥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우리가 한강에서 요트를 타고 야경을 볼 수 있을까,
다시 탄다고 해도 그때는 지금의 신랑과 나,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 테니 지금을 즐기자는 마음이 컸다.
이사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첫째가 기관을 옮기게 되니 아이 둘을 돌보느라, 틈틈이 짐정리 하느라 마음이 분주했다.
밤에 자다 깨면 해야 할 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생각나서 몇 시간씩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곤 했다.
그에 비해 신랑은 “이사 한번 하는 건데 뭐 별거라고…”하는 식이었다.
디테일을 생각하는 완벽주의 성향인 나는 큰 일을 앞두고 불안감이 높았는데, 그럴 때 신랑은 큰 줄기를 보려고 노력하는 게 참 다르면서도 도움이 된다.
- “이사 가서 좀 부족하더라도,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지내자. 기분 좋게 들어가서 시작하는 게 중요한 거지.”
생각해 보니 결혼 준비할 때도 그랬다.
웨딩촬영, 스드메, 집, 가전가구, 청첩모임 등 신경 쓸 일이 많아 지쳐갈 때쯤 그 당시 예랑이는 나에게 말했었다.
- “우리 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걸 놓치지 말자.”
꼭 해보고 싶었던, 아이들과 한강에서 요트 타기 소원을 이루면서 리프레시가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말이지 ‘바람을 쐬면서 ‘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부담감, 불안감도 조금 정리가 되었다.
글을 쓰고 싶어도 마음속이 복잡하게 꼬인 실 같아 첫 소절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줄줄이 마음을 적어가고 있다는 건 나에게 좋은 신호인 것 같다.
어느덧 서울 생활도 13년이 넘었는데, 새로운 곳으로 이사하려니 아쉽기도 하지만
새로운 터전에서도 좋은 인연과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좋은 마음으로 남은 기간 이사를 준비해야겠다.
혹시나 진정한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면 한강에서 요트 타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
색다른 시선을 즐겨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