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빈자리

by 이수댁

복직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출산휴가까지 더하면 1년 9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재미있게 지내왔다. 12월부터 신랑이 육아휴직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인데, 휴직 전 갑작스럽게 이집트 출장을 가게 되었다. 출장 준비로 바쁜 나머지 일주일 정도 평소보다 퇴근이 늦어졌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첫째는 아침 식사를 하다가도 "아, 빨리 저녁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지윤이의 요청으로 잠깐 영상통화를 시도해 봤는데, "지금은 PT 중이라 어려워."라고 말해서 급하게 끊었다. 출장 전날 밤 지윤이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빠 언제 오냐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빠가 집에 올 때까지 잠을 안 자고 기다렸다가 아빠를 꼭 안고 잠들었다. 신랑은 출장 갈 짐도 못 쌌지만 내일 저녁에 공항으로 이동하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원래는 송도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대전 친정집에 내려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미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고, 혼자서 아이 둘을 케어하다 보면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신랑이 출장 가는 날 대전에 내려오는 걸로 방향을 바꿨다. 할머니의 사랑으로 아빠의 공백을 메우려는 전략이었다. 애초에 송도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대전에 오려고 했던 이유는 매를 먼저 맞듯이 혼자서 고생을 좀 하고 친정집에서의 달콤함을 최대로 즐기려는 속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송도로 돌아가는 기차표는 맨 처음 예매했던 그대로 신랑이 돌아오는 주말 일정에서 변동이 없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좋아하듯 나도 부모님 옆에 있으니까 그저 좋아서 기차표를 다시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복직을 하면 이렇게 대전에서 오래 있기도 어려울 테니 마음껏 누리자는 생각도 크다.


출산 후 육아휴직을 하고 주양육자로 지내왔으니 아이들이 엄마에 대한 애착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신랑이 출장을 가면서 느낀 건 아이들에게 아빠의 사랑도 충분히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신랑은 7시 출근, 4시 퇴근이어서 늦어도 7시면 집에 오는 편이다. 그래서 저녁은 늘 식구들이 다 같이 먹고, 설거지 빨래 등 남은 집안일은 신랑이 도맡아 한다.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아빠에 대한 애착도 크다는 걸 실감한다. 그 점이 늘 고맙고, 양가 부모님이 멀리 사시지만 아이 둘을 낳아서 키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라고 느낀다.


덕분에 난 두 아이들과 진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가 뚝딱뚝딱 지나가고, 어느 순간 난 출근해서 사무실에 앉아 있겠지 싶다. 회사의 여러 변화로 인해 새로운 오피스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될 것 같다. 아빠의 육아휴직 후 보내는 하루는 엄마와의 시간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흘러갈 것이고, 온 가족이 적응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중요한 건 아빠와의 시간을 통해 아빠와 충분히 추억을 쌓아보는 것이다.

신랑이 이집트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일하고, 분위기 전화도 하면서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고, 가족들 곁으로 안전하게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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