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을 갔을 때 하루를 마치는 의식(?)으로 언니, 오빠와 옥상 테라스에 앉아 맥주를 한잔씩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3박 5일의 짧은 일정 중 첫날은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둘째날은 최근 어떤 책을 인상 깊게 읽었는지 추천하기도 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곧 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 내용과 함께 그간의 경험과 생각, 감정들을 공유했으니 말이다.
여행 중에는 관광지를 점 찍듯 돌아다니기 보다 우리가 가고 싶은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녔다. 카페에 앉아서 일기를 쓰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다.
배낭 안에 책을 들고 가지 않았던 나는 세권의 책을 가져온 오빠에게 한권 빌렸다. 그때 빌린 책이 ‘싯다르타’였는데, 그 책을 고른 이유는 크기가 작아서 들고다니기에 무겁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빠는 자신의 인생 책 중 한권이라며 ‘싯다르타’를 꼭 읽어보라고 적극 추천했다.
실제로 거의 모든 페이지의 모서리가 접혀있었다. 이 정도로 오빠에게 깊은 영감을 준 책은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이 일었다.
참고로 오빠는 대학시절에 만나 사회적기업을 같이 공부하고, 지금은 소셜벤처 운영과 함께 사회적기업 MBA 과정을 병행하고 있다. 졸업 후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어도 넓게 보면 같은 분야에서 오랜시간 많은 것을 나누는 사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운 사람이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면, 독일인 헤르만헤세가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자전소설이라니... 특이하다! 그리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싶었지만, 오빠가 접어둔 페이지에서 왜 접었을지 조금씩 공감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갔다.
그러다 싯다르타가 세속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는 순간부터 재미를 붙였던 것 같다. 싯다르타가 한 눈에 반한 여자, 카말라에게 다가가는 방식이 무척 참신했기 때문이다.
“나는 가진 것이 없지만 사고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고, 단식할 수 있습니다.”라니!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다면 난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부터 몰입이 시작되었다.
그 후에 펼쳐진 이야기들은 재빠르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건 싯다르타의 친구 고빈다도 싯다르타를 보며 기이하다고 생각했으니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싯다르타의 방황과 깨달음, 인간적인 번뇌에 공감하면서, 또 어렵다 느껴지는 부분에서는 오빠가 접어둔 페이지를 깃발 삼아 완독하는 과정에서 책 속에 담긴 철학에 감탄하기도 하고 배우고 싶은 부분도 많았다.
아직은 표면에 둥둥 떠다니는 식으로 책 내용을 이해한 듯하여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이 책을 주인에게 돌려줄 때 서로 어떻게 읽었는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아래 사진은 베트남 하노이 숙소 옥상에서 대화를 나누던 아늑한 시간들을 떠올리며... (옥상 사진 대신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던 숙소 조명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