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맑은 글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시집을 들었습니다.
사오정이 "나바아아아앙~~"하고 내뿜는 것처럼
입에서 아름다운 시 구절이 쏟아져 나오길 바라며
소리내어 읽어보았습니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많은 순간들을,
흘려보내거나 묻어둔 겹겹의 마음들을
보석으로 돌려받은 기분이네요. 시를 읽는다는 것은.
가장 좋아하는 색 표지의 시집을 읽으며
같은 색 볼펜으로 따라적어 보았습니다.
별 거 아닌데,
괜스레 설레고 좋네요.
* 좋았던 구절에 밑줄 긋기
p49
꽃3
(...)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p53
초라한 고백
(...)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p94
겨울 행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
p141
시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p145
지상에서의 며칠
(...)
잠시 머물고 떠나는 지상에서의 며칠, 이런 저런 일들
좋았노라 슬펐노라 고달팠노라
그대 만나 잠시 가슴 부풀고 설렜었지
그리고는 오래고 긴 적막과 애달픔과 기다림이 거기 있었지
(...)
p149
가보지 못한 골목길을
(...)
세상 어디엔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골목길과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던 꽃밭이
숨어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희망적인 일이겠니!
(...)
p153
시
(...)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
p156
들길을 걸으며
1.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는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어제 내 발에 밝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p168
순이야
순이야, 부르면
입 속이 싱그러워지고
순이야, 또 부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순이야, 부를 때마다
내 가슴속 풀잎은 푸르러지고
순이야, 부를 때마다
내 가슴속 나무는 튼튼해진다
너는 나의 눈빛이
다스리는 영토
나는 너의 기도로
자라나는 풀이거나 나무거나
순이야,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너는 한 번씩 순해지고
순이야, 또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너는 또 한 번씩 아름다워진다.
p169
꽃 피우는 나무
좋은 경치 보았을 때
저 경치 못 보고 죽었다면
어찌했을까 걱정했고
좋은 음악 들었을 때
저 음악 못 듣고 세상 떴다면
어찌했을까 생각했지요
당신, 내게는 참 좋은 사람
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 흘러갔다면
그 안타까움 어찌했을까요...
당신 앞에서는
나도 온몸이 근지러워
꽃피우는 나무
지금 내 앞에 당신 마주 있고
당신과 나 사이 가득
음악의 강물이 일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