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치고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by 이수댁
이사하는 날 삼시세끼~


오, 신기하다.
이사를 하고 지하철 환승을 하게 되니까 회사로 가는 방법이 여러 개다. 지하철 검색 시간에 따라서 추천 경로가 달라진다. 4호선을 타야 할까, 7호선을 타야 할까 고민했다. 계속 추천 경로가 바뀌는 걸 보면 어째 지하철 노선도 앱도 나처럼 헤매는 것 같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시간대에 따라 추천경로가 바뀐다는 것은 어디로 가나 비슷하다는 것.) 출근 시간에 7호선 타러 가다가, 4호선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7호선을 타러 왔다. 휴, 일찍 나오길 다행이다! 앞으로는 익숙한 4호선을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심리적인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이사를 잘 마쳤다. 토요일에는 막내 이모가 가구와 가전 위치 잡는 것을 도와주셨다. 일요일에는 가족들이 살림살이를 가득 준비해서 와주셨다. 미니멀리스트로 살려고 했는데 맥시멈 리스트로 살게 하는 방해꾼이라고, 조금씩 채워가면서 살아도 되는데 로망 파괴자라고 했지만 실은 엄청 감사한 일이다. 하나하나 사려면 다 돈인데, 예쁘게 살라고 지원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다.

이사 올 때 새 살림을 할 거라며 주방가위와 칼도 버리고 왔는데, 가위 필요한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쓸 만한 거면 왜 버렸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이삿짐을 쌀 때는 모든 살림을 새로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옮겨야 할 짐이 충분히 많았고, 새로 살 집은 적당히 비워두고 살고 싶어서 몇 번씩 생각하며 버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가위와 밥솥은 가져와서 좀 더 쓰다가 새로운 거 장만할 때 중고장터에 팔아도 좋았을 것 같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인데 늘 있으니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나 보다. 크고 작은 선택을 계속하면서 실수를 하기도 하는 거겠지?

새로운 집은 좋다. 자고 있어났을 때 동트는 모습과 집에 가지 않은 달이 동시에 보인다. 베란다 밖으로 높은 건물이 없어서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는 게 참 좋다. 바람도 잘 통해서 창문과 문을 열고 있으면 아주 시원하다. 뉴스에서는 더위가 찾아왔다고 하는데, 집에서는 선선한 주말을 보냈다.

시장이 가까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삿짐 정리하면서 옷걸이, 공간박스 등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었다. 시장 물가가 저렴해서 이모와 엄마는 장을 봐가고 싶어 하셨다. 실제로 엄마께서는 삼치와 참외를 사다가 아이스박스에 넣어가셨다. 동생은 내가 알던 서울의 모습이 아닌 동네라고 했지만 이 시장길은 내 마음을 뺏은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싱싱한 채소와 과일, 주전부리들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조금씩 사다가 요리해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맛있는 요리를 해주는 것도 하나의 로망이다.

이사 소감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출세한 기분이다. 모니터가 TV로 바뀌고, 침대와 건조기도 생겼다. 건조기는 난생처음 써봤는데, 따끈따끈하게 말라서 나오는 빨래를 보니까 신기했다. 생각보다 옷 먼지가 많아서 놀라기도 했다. 뿐더러, 서재와 수납공간이 넉넉해져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꾸 깨끗이 정리하고, 예쁘게 꾸미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진다. 조금씩 만들어가야지. 무엇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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