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는 날

by 이수댁


이제 공주님이 될 시간!
신부 화장은 오래 걸린다. 시간을 재진 않았지만, 가장 공들여 진행한다. 음.. 신화창조가 아닌, 신부 창조랄까?



이렇게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으며 한껏 예뻐지는 시간은 기분이 좋다. 드레스를 입고, 귀걸이와 티아라를 하고, 베일까지 쓰고서 준비가 끝났다. 이제는 우리가 웨딩홀로 이동할 시간. 차로 5분 거리라서 부담이 없었다. 양가 부모님께서 먼저 이동하시고 신랑, 신부, 헬퍼가 한 세트로 이동했다.



웨딩홀은 이미 전타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신부대기실 앞에서 잠시 혼자 대기했는데 가슴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애국가 대신 우리가 준비한 축가를 부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곧 신부대기실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신랑, 주례 선생님, 가족,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남겼다.



스냅사진 작가님께는 내가 보지 못하는 홀 밖의 풍경을 담아달라고 요청드렸다. 그리고 사진을 잘 찍으시는 이모, 이모부께 신부대기실 사진 촬영을 요청드렸다. 그래서 셀프로 주의사항을 강조하며 재밌게 사진으로 기록했다.
* 주의: 신부보다 뒤로 가서 찍기 없기. 다들 신부 어깨라인 앞으로 나오시오!!

신부대기실에서 있는 시간이 무척 짧게만 느껴졌다. 아직 사람들이 다 도착하지 못한 것 같은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입장할 시간이었다.


신부대기실에서 나오기 직전, 서울에서 오는 대절버스가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미 입장 시간이 다 되었으니 가야만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나들이객이 많아 버스 도착이 식 시간 보다 5분 늦어졌다고 한다. 가을 날씨가 좋아서 평소 보다 이동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나마 버스는 전용 라인으로 달렸지, 개인적으로 이동하신 분들은 더 오래 걸리셨다고 한다. 그래도 버스가 30분이 아닌 5분 정도 늦어진 게 다행이었다. 멀리까지 오셨는데 식을 제대로 못 보셨으면 너무 죄송했을 테니까...



식장에 들어서니 양가 어머니와 신랑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 뒤에 아버지와 같이 섰다. 두근두근. 신랑은 나를 보고 "지영아, 울지 말고 잘해!"라고 말했다. "응! 걱정하지 마."라고 대답했다.


신랑 입장할 때 떨릴까 봐 뒤에서 "문경윤, 파이팅!" 하고 작게 외쳐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소리 내어 외치지 않아도 잘할 거라 믿었다.



다음은 신부 입장 시간. 드. 디. 어. 이 시간이 왔구나. 어젯밤, 친구가 신부 입장할 때 성큼성큼 걷지 말고 사뿐사뿐, 천천히 걸으라고 이야기해줬다.
- "아빠, 천천히 가요. 웃으면서, 입장!♡"
아버지와 사인을 주고받은 후 입장했다.



사뿐사뿐,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는 신랑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갔다. 결혼 준비하면서 중심을 우리 두 사람에게 두는 것은 참 중요한 일이라고 느꼈다. 지금 이 순간도 오롯이 우리 두 사람에게 집중할 시간. 서로를 남편과 아내로 맞이하는 순간이었고, 그 순간에 온전히 집중했다. 미소 지으며 다가가 신랑 앞에 섰다. 아버지는 신랑과 악수하고, 포옹을 나눈 후 날 안아주셨다. 우리 아버지 이 순간 조금 울컥하셨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선택하고, 준비해왔구나... 맞절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혼인 서약을 했다. 존경하는 주례 선생님의 말씀과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부부가 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넓은 의미의 효(상대방과 부모님, 친구, 동료를 향한 헌신 / Dedication), 신(서로에 대한 믿음 / Trust), 경(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 / Respect), 줄여서 'DTR'을 늘 마음속에 기억하고, 실천하며 살아야겠다.



다음으로 우리가 직접 준비한 축가와 감사편지 낭독 시간. 신랑은 이동하면서 "첫 소절이 뭐였지?"라고 물었다. 많이 긴장했나 보다. 다행히 나는 기억하고 있어서 알려주었다. 우리 둘 다 노래를 못하지만 결혼 준비하면서 감사했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준비한 시간이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1절을 하는데 우리 둘 다 삑사리 대방출♡ 큭크~ 그래도 열창하고,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편지를 낭독했다. 신랑은 우리 부모님께, 나는 시부모님께 전하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한 시간 내어 먼길 와주신 하객 분들께도 감사인사를 드렸다. 반주에 맞춰 딱 마무리되었다. 그 후 사촌동생이 불러주는 축가도 고마운 마음으로 들었다. 많이 떨렸을 텐데 용기 내어 불러줘서 고마워~



이어서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시간. 부모님께서 날 너무 예쁘게 바라보고 계셔서 웃으면서 다가갔다. 왠지 엄마를 보면 안 될 것 같아 눈을 마주치진 않았다. 그런데 걱정했던 바와는 달리 눈물이 나기 보다 기쁜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드렸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절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위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과 포옹을 하며 "우리 엄마 안 우시네~^^"라고 말하며 토닥토닥했다. 좋은 날 웃으면서 인사드릴 수 있어 좋았다.


시부모님께도 감사인사를 드렸다. 기쁜 마음으로 새 식구 맞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를 믿고, 존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랑 멋지게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객 분들께도 인사드렸다. 귀한 시간 내어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정성껏 인사드렸다.



이제 행~진!
하객 분들과 눈도 마주치고, 꾸벅꾸벅 인사드리며 걸어갔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서 더욱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 친구들이 꽃도 뿌려주고, 키스타임도 갖고...^^ 키스할 때 신부가 다가가야 하는 거였다. 되게 부끄러울 줄 알았는데, 그런 마음이 안 들었다. 부끄러울 새가 어딨니.



가족, 친척, 친구, 직장동료들과 사진도 찍고 부케도 던지며 모든 예식을 마쳤다.
그다음 이뤄진 폐백에서는 양가 부모님과 친척분들께 절을 올린 후 덕담을 듣고, 용돈도 받았다. 신랑과 서로 맞절을 하고, 업혀서 방 한 바퀴를 크게 돌았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양가 부모님과 친척 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어 좋았다. 형식적이지만, 이제 새 가족으로 서로를 맞이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복을 입고 돌면서 하객 분들께 인사드리고, 버스로 돌아가시는 분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가시는 길도 차가 많이 밀렸을 텐데, 날씨가 좋아서 나들이 다녀오 듯 오갈 수 있어 좋았다는 감사한 문자도 받았다. 근처에서 여행을 좀 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었다. 모두 다 너무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멀리서도 잊지 않고 축하해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으로 북엇국과 라면을 먹고, 짐 정리를 하고 여유시간을 가졌다. 결혼이 참 큰일이라는 것을 우리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움직여 주시는 걸 보고 느꼈다.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돌아가실 수 있어 감사하고, 다행이었다. 날씨도 축복해주어 참 고마운 하루였다.



시집가던 날 느꼈던 감정과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될 것 같다. 이 날을 기억하며 신랑과 서로 행복하게 살아야지. 두고두고 기억될 하루에 감사한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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