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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r 04. 2017

연작소설 : 마논트로포 3화

부제 : CDRI(기업분쟁연구소) 랩소디

* 지난 회 보기

1화 https://brunch.co.kr/@brunchflgu/1093

2화  https://brunch.co.kr/@brunchflgu/1094




“여보, 역시 방법이 있다고 하네.”     

민성욱씨는 아내에게 오늘 법률사무소에서 상담한 내용을 설명했다.


“저도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사람을 그렇게 몰아내는 법이 어디 있대요? ”

“응, 남은 임기동안의 연봉 정도를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군.”     

성욱씨는 그때 일을 생각하니 다시 속이 쓰렸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R사 이사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이 1년 전. R사 오너이자 회장인 윤 회장은 민 

이사에게 억대 연봉을 제안했다. 성욱씨도 외국계 회사에서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던 상황이라 과감히 이직(移職)을 결심했던 것. 작년에 R사 등기이사로 선임되어 업무를 시작했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성욱씨는 문제점을 정리해서 임원 회의 때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했고, 윤 회장에게는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성욱씨가 볼 때 기존 R사 임원들은 윤 회장과의 친분만 강조했지 임원으로서 실력은 많이 모자라 보였다. 


이러한 성욱씨의 행동을 기존 임원진들은 도발로 여겼다. 윤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 성욱씨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월권(越權)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R사 임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다. 윤 회장에게는 성욱씨를 모함하기까지 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낸다고 했던가.


결국 성욱씨를 지지했던 윤 회장도 다른 임원들의 말을 믿고 성욱씨에게 등을 돌렸다. 지난 2월 말 정기주총 때 결국 성욱씨는 R사 이사에서 일방적으로 해임되었다.      






성욱씨가 오늘 상담한 사람은 법률사무소 CDRI의 박성철 변호사였다. 젊은데 상당히 샤프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니 박 변호사는 명쾌하게 답변을 내려줬다.     


상법상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될 수 있다. 어차피 주주들의 의사가 그러하다면. 따라서 표결에 따라 해임된 이사는 다시 회사로 복직시켜 달라는 말은 못한다.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된 것이라면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데, 손해배상액수는 남은 기간의 연봉 상당액이다.     


성욱씨는 연 1억 원 정도의 연봉을 보장받았는데, 3년 임기 중 1년 만에 해임되었으니 남은 2년 동안의 연봉, 약 2억 원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상법에 이런 규정이 있더라구”

성욱씨는 박 변호사가 출력해 준 상법 조문을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상법 제385조 (해임) 

① 이사는 언제든지 제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그 임기만료전에 이를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R사에는 이제 정이 떨어졌다, 그런 폐쇄적인 조직이라면 충성을 다 할 이유가 없다. 대신 자신이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었다. 며칠 내로 다시 기업분쟁연구소(CDRI)에 가서 정식 수임계약을 하리라 마음먹었다.  




“초도 상담을 해 드렸고,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연봉 액수를 어떻게 산정하느냐만 남은 것 같습니다.”     


박성철 변호사는 팀장인 유갈량 변호사에게 오늘 상담한 내용을 보고했다. 보통 팀장과 같이 상담에 들어가는 것이 원칙이나 오늘 유팀장은 100억 원짜리 큰 소송 상담건이 있다고 대표님과 같이 그 회의에 들어가게 되어 박 변호사가 혼자 상담을 진행했다.     


이제 2년차 변호사인데, 최소한 소송물가액 2억 원 상당의 신건을 혼자 상담하고 수임했으니 박 변호사로서는 뿌듯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회사 내에서 확실히 인정을 받을 수 있으리라. 더욱이 오늘 사건은 평소 까칠하기로 유명한 유갈량 변호사가 지시한 건이라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그 회사 정관 확인했나?”     


기록들을 살펴보던 유 변호사가 박 변호사에게 물었다..

“네? 정관....요?”


“이거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거 책임 질 수 있나? 정관도 안 보고?”

정관에서 뭘 보라는 거지? 이사 임기야 당연히 3년인 거고.


박 변호사는 불안이 밀려왔다. 어릴 때 학교에서 시험치고 나서 친구들이 ‘시험지 뒷면 너무 어렵다라’라고 말하자 ‘헉! 뒷면에도 문제가 있었나’라며 당황해하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놓친 게 뭐지?


박 변호사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작성 : 기업분쟁연구소 대표변호사 조 우 성

https://www.facebook.com/cdri119/


(4회로 이어집니다)     

4화 : https://brunch.co.kr/@brunchflgu/1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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