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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l 28. 2022

토사구팽에 대한 단상

#1

요즘 신문 장치면에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한때 이 말에 대해서 깊이 연구해본 적이 있다. 단순히 ‘기껏 써먹고 버린다’는 배신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이 토사구팽이라는 말 속에는 여러 가지 곱씹어볼 의미가 숨겨져 있다.     


#2

대부분 토사구팽에 대해서는 ‘팽’을 당하는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팽’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말을 살펴보면 관계의 역동성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위해 큰 공을 세운 사람을 왜 쳐내는 것일까?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3

토사구팽의 대표적 모델인 한신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항우와의 싸움(초한쟁패)를 승리로 이끌게 한 말 그대로 유방의 1등공신 한신 대장군. 하지만 그는 본인의 미션이 끝난 후 결국은 유방(더 정확히는 유방의 부인)에게 죽임을 당한다.

관련하여 책들을 보면, “와.. 한신. 내가 유방이라도 손을 볼려고 했을 것 같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4

한신은 역사상 충신으로 알려진 제갈량이나 조자룡과는 달리 결정적인 순간에 보스인 유방에게 대들었다(Deal을 했다). 그리고 ‘내가 뭐 다 했지.나 아니면 우리 보스도 힘들었어’라는 자만심을 자주 표출했다. 당장 항우와 싸움을 해야 하는 유방으로서는 탐탁치 않았지만 한신을 강하게 질책하지 못했다.

한신이 제나라 왕을 시켜달라고 Deal을 할 당시 유방은 항우에게 포위당해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신은 부하를 시켜서 보스에게 보내 ‘자리’에 대한 Deal을 했던 것. 성질 급한 유방은 그 한신의 부하에게 화를 내려 했는데, 옆에서 참모인 장량이 유방의 발을 지그시 밟고는 ‘원하는 대로 해 줍시다. 지금은 위기 상황입니다.’라고 했단다.     


#5

유방은 차곡 차곡 쌓아두었다. 그리고는 ‘그래, 너 이 싸움이 끝나면 보자’라고 속으로 이를 갈았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한신이 더 이상 필요없게 되자 바로 숙청 작업에 들어간 것.     


#6

그런데 이러한 일은 직장 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부하 직원이 큰 실적을 냈을 때 처신을 잘해야 하는데, 스스로 도취해 행동을 함부로 하면서 상사를 불쾌하게 할 경우 결국은 되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성취를 시기하는 사람이 특히 나의 윗사람일 때 아주 골치아픈 상황이 발생한다.


 #7

공고진주(功高震主)라는 말이 있다. 

부하의 공이 높으면 그것은 왕을 떨게 만든다는 뜻인데 한비자에 나온다. 

부하가 공을 많이 세워도 보스는 두려움이 드는데, 거기다 나대면서 거드름까지 피우면 결국은 제거의 대상이 된다.

기업의 임원들 중에는 사석에서 CEO를 가리키며 “박대표, 지금이야 저렇게 잘 나가지만 사업초창기만 해도 진짜 비리비리했지. 내가 기틀을 다 잡았어. 그때 생각하면 진짜...”라고 말하며 추억애 잠긴다. 그 상황을 알게 되는 CEO는 불쾌하다. “저 사람이 지금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네...”     


#8

무조건 공을 세우면 인정받고 대우받을 거라고 믿으면 아주 순진한 생각이다. 그 공이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관계라는 것은 복잡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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