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에 대하여

by 김준식



특색 없는 중년의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은 그나마 두 분의 손님께서 오셨다. 한 분은 그분의 개인적인 일로 나를 찾아오셨고, 또 다른 한 분은 거의 15년 만에 뵙는 분이었다.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학교 앞까지 잘 배웅해드렸다. 오후가 되니 홀연히 하늘이 맑아졌다. 자리에 돌아와 내가 그분들에게 말한 이야기를 천천히 곱씹어 본다. 그리고 문득 이 이야기를 떠 올렸다.


『장자』 ‘천지’의 마지막 부분의 이야기다.


“좋은 술통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다듬으면 술통으로 쓰이는 나무는 여러 색으로 칠하고 마름질하여 귀하게 되지만 잘려 나간 나무는 조건 없이 버려진다. 하지만 두 종류의 나무는 처음에 같은 것이었다. 비록 술통으로 쓰인 나무는 아름다워졌고, 그렇지 못한 나무는 쓰레기통에 버려져서 더러워졌지만 본성은 동일한 나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형체에 연연하고 상황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렇듯 우리가 본성을 잃어버리고 그저 나타난 사실에 현혹되는 것은 색, 성, 향, 미, 판단력(이건 불교 냄새가 난다.)때문인데, 스스로 도를 이루었다고 하는 존재들도 모두 이 다섯에 흔들리게 되니 본성을 잃지 않는 것이나 본성을 제대로 아는 것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막상 이 생각에 이르니 막연한 삶의 두려움이 슬그머니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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