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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Feb 07. 2023

輪回梅

사진은 구글에서 퍼옴


輪回梅


1. 


윤회에 대하여


조선은 성리학의 시대다. 성리학을 최고의 진리로 여기던 조선 시대 선비들은 불교의 교리를 무시하거나 또는 정면으로 공박하여 성리학의 우주관을 강조하였다. 


정도전은 불씨잡변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제 불교 윤회설을 살펴보면, 모든 혈기(血氣)가 있는 것들은 스스로 일정한 양이 있어, 오고 가도 다시 더하거나 덜함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하늘과 땅이 만물을 만드는 것이 도리어 농부가 이익을 내는 것만 같지 못하다. 또 혈기의 부류가 사람으로 되지 않으면 조수鳥獸ㆍ어별魚鼈ㆍ곤충昆虫이 되니, 그 양에 일정함이 있어 이것이 늘어나면 저것은 반드시 줄어들고, 이것이 줄어들면 저것은 반드시 늘어나니, 한 번에 모두 늘어날 수도 없고, 한 번에 모두 줄어들 수도 없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살펴보건대, 성세를 만나서는 인류도 늘어나고 조수ㆍ어별ㆍ곤충도 늘어나는가 하면, 쇠락하는 세상을 만나서는 인류도 줄어들고 조수ㆍ어별ㆍ곤충도 줄어든다. 이것은 사람과 만물이 모두 천지의 기氣가 만든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가 성대하면 한 번에 늘어나고 기가 쇠락하면 한 번에 줄어듦이 분명하다. 나는 불교의 윤회설이 세상을 현혹하는 게 너무 심함을 분개하여, 어둡게는(안으로는) 천지의 조화에서 따져보고, 밝게는(밖으로는) 사람과 만물의 생겨남에서 징험 하여 이와 같은 설을 얻었으니, 나와 뜻이 같은 사람은 함께 통찰하여 주기 바란다.”

(佛氏雜辨, 佛氏輪廻之辨)


아마도 ‘태극도설’과 송나라의 ‘섭하손’이 주석을 단 ‘주자어류’를 참고하여 쓴 글로 짐작되는데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타당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면 불교의 윤회는 무엇인가?


윤회輪廻(산스크리트어 samsara)는 B.C 600년경 불교 이전의 브라만교의 경전이었던 우파니샤드에 이미 등장하는 개념으로서 부처 당시에는 대중에게 널리 전파되었다.


불교에서는 윤회전생輪廻轉生하는 세계에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에 지옥, 아귀餓鬼, 축생畜生, 아수라阿修羅, 인간, 천상天上의 육도六道가 있다고 말한다. 이 3계 6도 중 어느 세계에 태어나느냐 하는 것은 중생 자신의 행위와 그 행위의 결과와의 총체인 업業(Karma)에 따라 결정된다.


윤회의 여섯 세상에는 절대의 영원은 없다. 수명이 다하면 업에 따라 6도 어느 곳에서 몸을 바꾸어서 태어난다. 즉 육도의 세계에서 유한의 생을 끝없이 번갈아 유지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관이다. 이 윤회는 자업자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자기가 지은 바를 회피할 수도 없고 누가 대신 받을 수도 없다. 오직 자기가 지은 업의 결과에 따라서 다른 세계로의 향상向上과 향하向下가 가능할 뿐이므로, 언제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의지와 실천이 강조된다. 


2. 


윤회매輪回梅(불교의 윤회와 한자 ‘회’ 자가 다르다. 廻나 回 모두 ‘돌다’라는 의미가 있으나 廻는 외부의 원인에 따라 도는 것(‘돌리다’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이라면 回는 내부적 요인으로 도는(스스로 도는 것)것이다. 하지만 윤회매도 사람이라는 동력이 가해지니 廻를 써도 무리가 없지만 성리학을 배운 선비들인지라 짐짓 回를 써서 輪廻의 느낌을 지우려 했을지도 모른다.(오로지 나의 생각이다.)   


청장관 이덕무李德懋(1741년 ~ 1793년)은 조선 후기의 북학파 실학자이다. 영조 시대 태어나 정조 시대에 죽었으니 그나마 조선 후기를 산 사람 중에 복 받은 세대에 속한다. 하지만 이덕무는 서얼 출신이어서 본질적으로 행복할 수 없었다.(정확하게는 아버지 이성호가 서얼이었는데 조선 시대이니 당연히 신분이 세습되었다.) 영제 유득공, 초정 박제가, 척재 이서구와 함께 사가시집四家詩集 『건연집巾衍集』을 내어 당시 선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담헌 홍대용과도 가까웠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소위 간서치看書癡로 유명하였다. 그의 시는 청장관전서에 수록되어 있는데 엄청난 편수에도 놀라지만 한 수 한 수가 모두 이백을 넘고 두보를 넘는다. 


청장관전서 제62권 윤회매십전 輪回梅十箋(윤회매를 위한 10가지 찌지): 윤회매를 만드는 방법과 모양을 그림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 원(原): 윤회매를 만듦에 깃들어 있는 정신과 바탕. 처음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벌이 화정花精을 채취하여 꿀을 빚고 꿀에서 밀랍蜜蠟이 생기고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는데, 그것을 윤회매輪回梅라고 한다.

2. 꽃잎[판瓣] 3. 꽃받침[악萼] 4. 꽃술[예蕊] 5. 꽃[花] 6. 가지[조條] 7. 꽃꽂이[식植] 8. 첩(帖):윤회매와 관계있는 이야기 9. 권(券) 관련 문서 10. 사(事) 후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윤회매를 완상 하며 지은 시가 19편이 수록되어 있다.


성리학적 선비에 의해 창조된 불교적(글자는 아니지만) 예술품이 바로 윤회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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