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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Aug 30. 2018

무지개

虹霓 (虹霓) 무지개


匠石不顧櫟社樹 (장석불고력사수)*장석은 상수리나무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我見奄忽七半䫟 (아견엄홀칠반운) 나는 보았네, 문득 나타난 일곱 반원을.

機巧守拙界夢于 (기교수졸계몽우) 뛰어난 솜씨는 서투름에 있어 경계조차 희미한데,

顯露卽滅無痕住 (현로즉멸무흔주) 나타났다 곧 사라지니 머문 흔적조차 없어라. 


2018년 8월 30일 퇴근 무렵, 문득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일곱 색의 아름다운 빛 무리가 하늘에 잠시 나타나더니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그 짧은 순간을 다행히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다. 천지 조화는 언제나 경이롭다. 무지개를 보며 유한한 삶의 아름다움을 생각해 본다.


* 『장자』 인간세 이야기 중 위대한 목수 ‘장석’이 제나라로 갈 때 엄청나게 크고 오래된 櫟社樹(역사수 – 사당 앞에 심어 놓은 상수리나무)를 보게 되었는데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렸다. 그러자 ‘장석’을 따르는 제자들이 왜 큰 나무를 보시지 않고 그냥 지나가시는가 하고 물었더니 ‘장석’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만둬라. 그 나무에 대해 말하지 말아라. 쓸모없는 雜木(잡목)이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棺(관)이나 槨(곽)을 만들면 빨리 썩고, 그릇을 만들면 빨리 부서지고, 대문이나 방문을 만들면 나무 진액이 흘러나오고, 기둥을 만들면 좀 벌레가 생기니 그 나무는 쓸모없는 나무이다. 쓸 만한 데가 없는지라 그 때문에 이와 같은 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그런 잡목을 목수인 내가 왜 유심히 볼 것인가? 


아직 수양이 되지 않고 미욱한 나의 마음이라 하늘에 떠 있는 아름다운 무지개를 장석의 마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여 그 마음을 용사 하여 시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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