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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식 Oct 21. 2018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든다?

벽돌을 갈아 거울을 만든다.(磨塼作鏡)


주말 동안 이리저리 다녔더니 정신이 혼미하다. 일요일 밤이 되어 내 책상 앞에 앉아서야 비로소 나를 돌아보고 주말 동안 내가 했던 일에 대한 생각이 든다. ‘내가 진정으로 이루려는 것은 무엇인가?’


회양 선사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는다.


남악 회양 (南岳懷讓, 677∼744) 선사는 남종선(南宗禪)의 거봉으로 달마 이후 七祖로 일컬어지고 있다. 六祖 혜능대사의 사법(嗣法 – 법을 전수받은) 제자 10인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중요한 인물로서 회양은 매우 자유로운 선풍으로 유명하다.


그의 제자 마조도일(馬祖道一)은 항상 좌선(坐禪)하는 것만을 고집해 자리를 뜨는 법이 없었다. 이에 회양 선사가 하루는 좌선 중인 마조(馬祖)에게 말을 건넸다.


“수좌는 좌선해 무엇하려는고?”  


“부처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자 회양 선사가 암자 앞에서 벽돌을 하나 집어 와서 마조 옆에서 묵묵히 갈기 시작했다.


마조가 한참 정진을 하다가 그것을 보고는 여쭈었다.


“스님, 벽돌은 갈아서 무엇하시렵니까?”  


“거울을 만들고자 하네.”


“벽돌을 갈아서 어떻게 거울을 만들 수 있습니까?”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지 못할진대, 좌선을 한들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소를 수레에 매서 수레가 가지 않을 때 수레를 쳐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마조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회양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대는 좌선을 배우는가, 좌불(坐佛)을 배우는가? 앉아서 참선하는 것을 배운다고 한다면 선(禪)은 앉거나 눕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니 선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고, 앉은 부처를 배운다고 한다면 부처님은 어느 하나의 법이 아니니 자네가 부처님을 잘못 알고 있음이네. 무주 법(無住法)에서는 응당 취하거나 버림이 없어야 하네. 그대가 앉은 부처를 구한다면 부처를 죽이는 것이고, 앉은 모습에 집착한다면 선(禪)의 이치를 깨닫지 못한 것이네.”


마조는 여기에서 크게 뉘우치는 바가 있어서 좌선만을 고집하던 생각을 버리고, 행주좌와(行住坐臥-일상의 일을 영위하면서 좌선을 병행함.) 가운데서 일여(一如)하게 화두를 참구해 마침내 크게 깨쳤다.


노력이나 방법 모두 중요하지만 그 어떤 것으로 치우치는 것은 두 가지 모두를 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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