溽暑日 (욕서일) 습하고 더운 날
大熱柴內然*(대열시내연) 더위는 내부의 자연스러움을 막는데,
濁凡稍無愧 (탁범초무괴) 혼란스런 세상은 갈수록 수치를 모르는구나.
應物夢高妙*(응물몽고묘) 응물은 고묘를 꿈꾸었으나,
厖雜不紽尋 (방잡불타심) 혼란스러워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네.
2020년 6월 4일 아침. 아침부터 덥더니 하루 종일 덥다. 거기에다 출근길에 삼성 이재용 관련 분식회계 이야기를 들었더니 하루 종일 더위 때문인지 기분 때문인지 불쾌하고 찜찜하다.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 나라는 확실히 삼성이 금력이 지배하는 나라가 맞는 것 같다. 분명하게 분식회계라는 것을 아는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의 전문가 집단이 삼성이라는 거대 공룡 자본 앞에 굴복하여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아닐 수 있다’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뭔가 있을지도 모르는 떡고물을 기대하는 모양이란 참으로 안타깝고 추잡하다.
뿐만 아니라 저녁 뉴스에는 청와대에 있는 현직 1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각종 수석비서관 들)의 재산과 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그들의 재산이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자들 중 다수는 집들이 2채 이상이다. 그것도 강남을 비롯한 소위 투기과열지구에 있단다. 청렴을 외쳤던 이명박이 해 먹은 수 십 조원의 혈세만 문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고위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진 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경제적 이권과 야합은(순수한 재산 증식이란 없다는 가정하에서) 이명박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의원들, 이 나라 고위 관료들의 재산 역시 그러하다.
갑자기 나 자신이 보인다. 참담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주말에 로또나 사야겠다.
* 『장자』 천지에 이르기를 “취사선택의 판단과 소리와 색의 유혹은 內面의 자연스러움을 가로막는다.”
* 應物(응물): 당나라의 시인 위응물. 그의 시 寄全椒山中道士(기전초산중도사)의 이미지를 용사함. 그가 고묘 하다는 이야기는 송나라의 洪邁(홍매)가 쓴 용재 수필에 응물을 그렇게 표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