迎秋(영추) 가을을 맞이 함.
陰形漸濃厚 (음형점농후) 그림자 점점 짙어지니,
幽色於滿抱*(유색어만포) 그윽한 색채가 가득하다.
各華入禪定*(각화입선정) 꽃마다 선정에 드는구나,
繡煌但外胞*(수황단외포) 화려한 색깔 다만 겉껍질인 것을.
2020년 9월 19 ~ 20일. 불현듯 서늘한 바람이 부니 계절은 가을로 가는 모양이다. 항상 준비 없이 계절을 맞이한다. 이렇게 늘 황망한 이유는 일상을 유지하는 일이 만만하지 않기도 하지만, 계절 또한 별다른 신호 없이 나를 스쳐지나갈 뿐이다. 세상 일은 한 없이 복잡하고 역병은 멈출 기세가 보이지 않는데 변방에 사는 나는 그저 꽃을 보고 계절을 맞이 할 뿐이다.
* 劉長卿(유장경)은 五言詩에 능하여 ‘五言長城(오언장성)’이라는 칭호를 듣던 당나라 때의 시인. 관리로서도 강직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 자주 권력자의 뜻을 거스르는 언동을 했다. 그의 시 尋南溪常山道人隱居(심남계상산도인은거)에 대하여 송나라 때 陸時雍(육시옹)이 쓴 唐詩鏡(당시경)에서 시적 경지를 이렇게 표현함.
* 禪(선) 산스크리트어 jhana, 팔리어 dhyana 禪那(선나) 혹은 禪思(선사)의 줄인 말이다. ‘깊이 생각한다’, ‘고요히 관찰한다’는 의미이다. 禪定(선정)이라고도 하고, 止觀(지관)과도 같은 의미이다. 흔히 參禪(참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신의 본성을 간파하기 위해 행하는 수행이며,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앉아서 거기에 몰입함이다. 이와 같이 話頭疑情(화두의정)에 몰입하는 점에서 명상과 다르고, 자세와 호흡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점에서 건강 위주의 호흡수련, 요가 수련과 구별된다.
* 周禮(주례-중국 주나라 왕실의 관직제도와 전국시대 여러 나라의 제도를 기록한 유교 경전) 冬官 考工記(동관 고공기)에 “청색과 적색을 섞은 것을 文(문)이라 하고, 적색과 백색을 섞은 것을 章(장)이라 하고, 백색과 흑색을 섞은 것은 黼(보) 라 하고, 흑색과 청색을 섞은 것을 黻(불)이라 하고 다섯 가지 채색을 모두 섞은 것을 繡(수)라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繡는 여러 가지 화려한 색의 가을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