應會*
夜中春雨嬥 (야중춘우조) 밤중 봄비 오락가락하더니,
此君獨霑濡*(차군독점유) 대나무만 홀로 젖는구나.
不企佳人會 (불기가인회) 뜻하지 않게 가인을 만났으니,
望月不見兪 (망월불견유) 보름달 보이지 않음이로다.
2021년 2월 25일 밤. 가상공간에서 뵙던 분을 현실의 공간에서 뵙게 되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즐겁고 유익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이 아닌가? 어제저녁 만난 분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강의하시는 교수님으로, 내가 가진 기존의 틀을 깨기에 너무나 충분한 분이었다. 유쾌하시면서도 번득이는 모습에 감동받기에 충분했다. 학문하는 모든 분들이 이런 마음으로 사물과 사람을 대하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 應會: 중국 西晋의 문인인 陸機(육기)의 文賦(문부)에 등장하는 말로서 ‘와도 막을 수 없고, 가도 붙들 수 없는’ 돌발적인 만남을 말한다.
* 此君: 王子猷(왕자유?~386)는 王徽之(왕휘지)로 子猷(자유)는 그의 字이다. 晉나라 때의 대서예가인 王羲之(왕희지)의 다섯째 아들로 벼슬이 黃門侍郞(황문시랑)에 이르렀다. 王徽之가 빈 집에 잠시 거처할 적에 대나무를 빨리 심도록 재촉하자,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으니, “어떻게 하루라도 此君 없이 지낼 수가 있겠는가? 何可一日無此君耶(하가일일무차군야)”라고 대답하였다.
이후로 사람들이 대나무를 此君이라 하고 水墨으로 그린 대나무를 墨君이라 하였다. 此君은 ‘이 君(자네)’이라는 뜻으로 대나무를 친근하게 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