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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용 Dec 26. 2019

태도의 말들 _ 엄지혜

유유출판사의 '-말들' 시리즈. 개 중 하나인 '태도의 말들'을 읽었다. '태도'라는 단어보단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라는 부제가 좋았다. 나는 사소한 것, 작은 것, 잘 보이지 않는 것. 그래서 나중으로 미뤄지는 것들을 자주 생각한다. 일을 할 때도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강한 말들 속에서 내가 틀렸나? 싶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그럴 땐 이 책의 부제 앞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붙여 더 강하게 말하고 싶다. 


책에 나온 이런 태도들이 좋았다.

- 행동으로 진심을 보여 줘야 한다.

- 단어보다 쉼표를 눈여겨 읽는다. 고통은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많다.

- 주체적인 삶은 내가 좋아하는 걸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다. 

- 말을 많이 한 날에는 책을 더 열심히 읽는다. 

- 중요한 내용은 메일을 선호한다. 전화는 상대의 시간을 방해할 수 있고 문자는 즉답을 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 메일 한 줄, 문자 한 줄에도 사람이 읽힌다. 내가 배려하면 나도 배려받는다. 

- 내가 행복해지는 순간을 잘 알고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쓴다. 

-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다. 

- 남들의 견해를 의심할 이유도 없고, 무조건 믿을 필요도 없다. 

- 서른이 넘은 인간의 말은 믿지 않는다.


발췌


10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존중'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사소한 일상에서든 일에서든 존중이 사라지면 마음이 괴롭다. 사람의 마음은 대단한 일이 벌어져야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리 피로한 일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태도가 중요하다. 


언제나 사소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감각이 합해져 한 사람의 태도를 만들고 언어를 탄생시키니까. 누군가를 추억할 때 떠오리는 건 실력이 아니고 태도의 말들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체험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른다. 태도로 읽을 뿐이다. 존중받고 싶어서 나는 태도를 바꾸고, 존중하고 싶어서 그들의 태도를 읽는다.


19

행간을 읽는 사람이 있다. 단어보다 쉼표를 눈여겨 읽는 사람이 있다. 말보다 표정을 먼저 읽으려는 사람이 있다. 말하지 못하는 걸 듣는 사람, 그들을 만날 때 나는 마음이 쾌청하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말하는 걸 듣는 건 수비만 하는 것"이라며 "고통은 침묵으로 표현될 때가 많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3

평소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날, 너무 많이 말한 날에는 어김없이 마음이 더부룩하다. 적당히 말해도 될 것을, 적당히 만나도 될 것을 왜 이렇게 욕심부렸지? 소화가 덜 된 말들 때문에 속이 아팠다. 


37

김규항은 "시간이 지나도 내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해요"라고 말했다. 나는 '시간이 지나도'에 방점을 찍었다. '후회할 일은 안 하는 게 낫다. 안 할 수 만 있다면'이 내 오랜 신조다.


41

"간단하게 말해 아이를 키운다는 건 기쁜 건 더 기쁘고 슬픈 건 더 슬퍼지는 일 같아요. 감정의 폭이 넓어지고 알지 못했던 감정의 선까지 보게 되죠. 감정선이 깊어지다 보니 타인의 삶과 감정에 공감하는 폭이 넓어지고요."


43

"주체적인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 관심사를 끊임없이 공부하는 일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끊임없이 좋아하는 걸 공부하고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요.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49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 날에는 반성의 의미로 책을 더 열심히 보기로 했다. 책을 읽는 것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니까. 잠시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차단하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63

정확한 정보나 의사를 물어야 할 때는 메일을 선호한다. 전화는 상대의 업무 시간을 방해할 수도 있고, 문자는 즉답을 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럽다. 메일은 차분히 읽을 수 있고, 업무 증빙도 될 수 있으니 가장 편하다. 


69

한 작가는 섭외 전화 목소리로 인터뷰를 할지 안 할지를 정한다고 했다. 유명한 매체인가, 목소리가 좋은가가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의사 표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 짧은 전화 통화에서도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듣는다. 메일 한 줄, 문자 한 줄, 메신저 한 줄에서도 한 사람이 읽힌다. 내가 배려하면 나도 배려를 받는다. 인터뷰는 말발로 하지 않는다. 글발로도 하지 않는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성실과 태도가 관건이다. 


81

호감이 생기지 않는 사람을 마주할 때, 기어코 그의 장점을 찾아내려 애쓴다. 이 버릇은 상대를 위한 태도이기도 하고 나를 위한 태도이기도 하다. 손 내미는 법을 잊은 사람에게 손 내미는 법을 알려 주려면 언제나 내가 먼저 내밀어야 한다. 


103

루시드폴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그는 "그냥 말수가 좀 적고 좀 멍청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꼭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121

자기가 행복해지는 순간을 잘 알고 그 시간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으로 크는 일, 나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125

사람들은 종종 착각한다. 똑똑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이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하지만 정작 오랫동안 사랑 받는 사람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 주는 자연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 곁에 있으면 눈치 싸움 할 필요도 없고 특별히 고자세, 저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과대 포장하지 않는 사람, 지나치게 겸손하지 않은 사람은 어떤 자리에서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131

그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숨기지 않는, 타인에게 어떻게 읽힐까를 궁리하기 전에 자기 생각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132

친절은 마인드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 버스기사 허혁


저자 혀혁은 말한다.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사람은 열악한 조건을 마음의 힘으로만 이겨 낼 수 없다. "물리적인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 속에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들어 있었다. 


135

사람과 관계 맺음에 있어 나는 여러 취미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칭찬 전달하기, A가 B를 칭찬하면 나는 B에게 꼭 전한다. 전하길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칭찬 메신저가 되는 일이 기쁘다.


145

"책에 너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인생을 바쳐서 쓴 역작이어도 내겐 시큰둥한 책일 수 있어요. 어떤 책이 때때로 내게 다르게 다가오는 건, 내가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이지 책 자체가 어떤 완결된 훌륭함을 갖고 있어서 감동을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157

내가 밑줄 긋게 되는 문장은 삶의 철학이 깃든 한마디다. 너무나 평범해 보이지만, 삶을 깊이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말들.


168

독자가 건네는 말에 쉽게 행복해지거나 쉽게 불행해지지 않도록 나는 더 튼튼해지고 싶다. 나약하지 않아야 자신에게 엄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휘청거리면서도 좋은 균형 감각으로 중심을 찾으며 남과 나 사이를 오래 걷고 싶다. - 작가 이슬아 


178

나는 소극적인 태도로 그러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견해를 의심할 이유도 없었고, 그렇다고 무조건 믿을 필요도 없었으니까. 


191

하명희는 작품 속 사건이 너무 거대해지면서 일상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194

자존심은 얼마나 높아질까가 아닌 얼마나 낮아질까에 대한 관심에서 나온다. - 미술평론가 이건수 


199

조언 따위를 해 대는 인간들은 별 볼 일 없는 인간이거나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달리세요. 굴러가세요. 짐짓, 해 주는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에서 멀리멀리 벗어나세요.


존 라이든의 말처럼 서른이 넘은 인간의 말을 믿지 마세요. 


201

그는 엄격하면서 섬세한 사람인 듯했다. 학생을 가르칠 때는 "1분이라도 늦으면 지각, 결석 불가, 과제는 필수"가 원칙이었다고. 자유로움만 가져선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서는 달랐다. 후배가 먼저 묻기 전에는 웬만하면 조언을 하지 않는다며, 후배에게 들을 마음이 있을 때만 입을 연다고 했다. 꼭 필요한 조언은 둘이 있을 때만 한다고. 배우 이낙훈에게 배운 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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