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장녀’는 코리아의 앞 글자 ‘K’와 맏딸인 ‘장녀’의 합성어로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신을 희생하거나 감정적으로 억압받으며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지칭할 때 쓰입니다. ‘K-장녀’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사회에서 장남 등 맏이가 지던 부양 부담과 함께 여성에게 강요되는 돌봄 역할까지 수행하길 기대받는다는 점입니다. 부모를 부양할 책임과 더불어 ‘딸답게’ ‘여자답게’ 부모를 대하고 정서적 측면을 돌보며 심지어 가족 사이의 중재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합니다. 돈을 버는 것은 당연하고, 사근사근하고 애교 넘치고 일상을 공유하는 딸로서의 역할까지 요구받는 것이죠. 심지어 고령화시대의 필수가 된 돌봄 노동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고 있습니다. ‘살림 밑천’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쓸데없는 책임감, 심각한 겸손한, 습관화된 양보 등이 특징”이지요.
이제 당신의 가족 이야기를 해볼 차례입니다. 당신의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은 당신이 돈을 모으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가족은 돈을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돈을 모으기는커녕 돈을 모으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현재 경제상황이 어떠하든, 개인의 능력보다 가족의 영향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신이 새로 만들거나 만들게 될 가족에 대한 이야기 대신 당신이 원래 속해 있는 가족과의 관계부터 짚고 넘어가보겠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집안의 경우 상당히 많은 수의 딸들이, 특히 장녀들이 가족과의 관계에 발목을 잡혀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딸만 셋인 집, 아들을 낳고 싶었지만 딸로 끝난 집의 큰딸인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도 합니다.
막내여도 아들은 "장남"의 지위를 획득하는 한국에서, 큰딸은 한국 사회의 가족 내에서 딸이지만, 아들과 같은 책임감을 동시에 요구받는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큰딸은 살림 밑천”이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비단 큰딸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형편이 어려운 집안일수록 딸이 나가서 돈을 벌게 되면, 가족들은 그 돈을 ‘딸의 돈’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평범한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만의 상황도 아닙니다. 세계적인 가수 머라이어 캐리도, 휘트니 휴스턴도, 장윤정도 그랬습니다. 머라이어 캐리는 “내 가족은 나를 ATM 기계 취급했다”고 최근 고백한 바 있죠. 실제로 많은 성공한 여성 연예인들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돈을 잘 버는 일부 스타 연예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한 입 덜고자, 오빠나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딸을 식모로, 혹은 여공으로 일하러 보내던 시절이 5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식모살이는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의 '딸 대접'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큰딸이면 아주 당연하게, 큰딸이 아니라 하더라도 딸이라면 ‘어려운 가정 형편에 도움이 될 것’을 암암리에, 혹은 대놓고 요구받습니다. 비용을 들여 뭔가를 공부하거나 자격을 획득할 시간이 있으면, 빨리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력이 들어옵니다. 당장 대학 진학만 해도 그렇습니다. 세상이 발전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기집애가 서울로 대학 가서 뭐 하냐", "여자가 무슨 공부냐"는 이야기를 듣는 딸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