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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메이 Oct 24. 2021

일단, 닥치고 천만 원

돈을 모으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정한 금액을 꾸준히 모으면 됩니다. 이렇게 간단하면 왜 못하냐고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모으기에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당신에게 천만 원을 모아보는 경험을 강력하게 권합니다. 천만 원이라는 돈,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금액인 이 돈을 자신의 힘으로 중단 없이 모아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천만 원이 어렵다면 오백만 원도 좋습니다. 자신이 정한 금액을 달성했을 때의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 돈을 모으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뭐 그렇게 간단하냐구요? 해보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실 겁니다. 


통계에 따르면 3년 정기적금에 가입했다가 중도에 해지하는 확률은 무려 80%에 이르고, 1년 정기 적금의 해지율도 20%나 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중간에 해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적금이라고 해서 꼭 1년 동안 모을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은 6개월 이상이면 자유롭게 기간을 정할 수 있는 상품이 꽤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저축할 수 있는 여력에 따라 기간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넘어가면 아무래도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낮아지겠죠? 

빠른 시간 내에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면 높은 금액을 6개월 동안 모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1개월마다 다른 금액을 저축해 나가는 풍차적금도 있고, 매일 혹은 매주 푼돈을 모으는 상품도 많이 나와있습니다. 적금 외에도 펀드, P2P 투자 등 여러가지 상품이 있지만 적어도 당신이 처음 목돈을 모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비법도 없이, 무식할 정도로 단순하게 모으는 방법이 최고입니다. 일단 목표를 설정하고 월 저축 가능한 금액을 정한 후에는 자동이체로 돈이 제때 빠져나가도록 하면 됩니다. 더이상 신경 쓸 필요 없이, ‘나는 올해 안에 천만 원을 모으겠다’와 같은 목표만 명확히 하세요. 너무 많이 신경쓰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이 저축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목표한 금액을 달성해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월급통장에서 월급날 매달 일정한 금액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설정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직접 은행에 가서 적금통장을 만들고 해지도 은행에서만 할 수 있게 만드세요. 그러면 다시 은행에 가기 귀찮아서라도 해지하기 어렵게 됩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은 만들기 쉽지만 그만큼 해지하기도 쉽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금리를 많이 준다는 적금을 일부러 찾아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적금을 만들면 뭔가 알뜰해진 것 같고 뿌듯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처음 저축할 수 있는 금액으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어차피 ‘오십보백보’입니다. 당신이 거래하는 은행에 가서 지금 가장 높은 금리로 만들 수 있는 적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바로 만드세요.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5% 등 고금리의 적금은 신용카드 신규 발급 및 일정 금액 이상 사용, 마케팅 동의, 자동이체 등록 등 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그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미끼 상품입니다. 요즘은 월 불입 금액도 50만 원 이하로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금리가 높다 하더라도 실제 이자 수익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대 금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많이 써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현상도 발생합니다. 이자 조금 더 받자고 신용카드를 새로 만드는 우를 범하면 안 되겠죠? 


일단 만든 적금 통장은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두시고 월급통장에서 돈이 잘 빠져나가는지만 확인하세요. 처음에 신경쓰지 않는 ‘강제 저축’ 시스템을 만들고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무리한 금액을 시도하지는 마세요. 처음에는 조금 적다 싶더라도 자신이 달성할 수 있는 금액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처음에 너무 빠듯하게 욕심 내어 예산을 짰다가 결국 적금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던 경험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금액이 얼마든 성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돈을 불리는 방법은 일단 목돈이 모인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천만 원을 모으는 첫 경험을 완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3만원을 12개월 동안 모으면 2% 적금 기준으로 10,051,283만원을 찾게 됩니다. 당신의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83만원은 46% 정도의 금액입니다. 크다고 하면 큰 돈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눈 딱 감고 없는 셈칠 수도 있는 돈입니다. 어쩌면 당신 마음 속 부담감이 83만원을 선뜻 저축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2020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세전 월급 1,795,310원 중에서 830,000원을 뺴고 965,310원으로 사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일단 시작해보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종자돈을 모으는 일입니다. 재테크 책을 보면 여러가지 팁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 팁들은 처음 돈을 모으기 시작한 당신에게 중요한 내용이 아닙니다. 일단 종자돈을 모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한 번이라도 천만 원을, 삼천만 원을, 오천만 원을, 내 힘으로 모아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 10억원 시대, 1억은 돈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축해봤자 매년 무섭게 오르는 물가상승률 감안하면 얼마 안 된다느니, ‘티끌 모아 티끌’이라느니, 한 푼도 안 쓰고 월급을 10년 넘게 모아도 서울 아파트를 살 수 없다느니… 그런 소리들에 귀기울이지 마세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당신의 시도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천만 원을 모으고 또 천만 원을 모으고… 당신이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당신이 마주할 삶 속 선택지들의 폭이 달라집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피곤하게 뭘 그렇게까지 따지면서 힘들게 살아야 하느냐, 열심히 일했는데 이 정도 사치는 부려도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완전히 틀린 말들입니다. 일단, 닥치고 천만 원을 모아보세요. 물론 천만 원을 모은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습니다. 그 과정이 생각보다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지만 천만 원을 모아본 경험은 당신을 다른 차원의 사람으로 만들어줄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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