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기 시작한 당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당신 자신에 대해 파악하는 일입니다.
돈 이야기 한다더니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요? 내가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돈을 많이 모을 수만 있다면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소비를 파악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궁금하다면 당신의 시간과 당신의 돈을 어디에 쓰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MBTI 검사보다 더 정확하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당신 집의 쓰레기통을 뒤지면, 당신이 무엇을 먹고 마시고 입고 썼는지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당신이 돈을 모으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 돈을 모아서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마음 가는 데 돈 간다”는 말이 있죠.
살다보면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게 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만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갈수록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한정된 체력과 시간, 비용을 나눠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지요.
20대 때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김영하 작가가『말하다』라는 책에서 이야기했지요.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을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20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주고 그랬어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에요”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는 부분도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물론 청춘이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하면서 실수를 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겁니다. 술도 취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차여서 엉엉 울어보기도 하고, 친구들과 깜짝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맛있는 집도 많이 가보고… 저 역시 지금 와서 그때의 제 행동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다만 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동적인지, 모든 관계에는 수명이 있다는 것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은 들지요. 나이를 먹을수록 나 자신의 한정된 시간과 소중한 돈을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투자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워렌 버핏과의 점심 한 끼가 경매로 나오고 비싼 가격에 낙찰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장 당신의 지출과 소비 내역을 뽑아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가계부 항목처럼 식비, 외식비, 자동차, 주거, 교육 등으로 자잘하게 나눠서 살펴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래의 항목처럼 10개로 크게 나눠서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1. 필수 고정비(주거비, 통신비, 보험 등)
2. 교통비(대중교통, 택시비, 자동차 등)
3. 금융비용(이자, 대출금 상환 등)
4. 식비와 외식비(직장인이라면 평일 점심 비용 포함)
5. 사람들과 만나고 사교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커피, 술, 경조사 기호품 등)
6. 꾸밈비용(화장품, 미용실, 의류 구입 등)
7. 나에게 투자하는 돈(각종 교육,도서구입, 영화 및 공연, 여행 등)
8. 건강 비용(보험, 병원비, 약값 등)
9. 시발비용(스트레스 해소용 소비-습관성 야식이나 배달음식,불필요한 택시비, 충동 구매 등)
10.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나 외의 사람에게 쓰는 비용(자녀 교육비, 육아비용 등)
이 항목들로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데이터를 분석해보세요.
어떤 항목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따라 당신의 현재 상태가 보일 겁니다.
당신이 쓰는 돈은 생각보다 당신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