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지르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집은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중요한 터전이기도 합니다. 원가족과의 분리와 독립이 필수인 ‘K-도터’ 여러분에게는 훨씬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죠.
집을 마련하기 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생각이 있습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번듯한 아파트만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 생각만 버리면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 다시 말해 내 집을 갖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꿈은 아닙니다. 서울 내에서도 빌라나 다세대, 아니면 서울 인근의 경기도나 인천으로 눈을 돌리면 상대적으로 쉽게 집을 살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필요한 교통이나 주거 여건이 다를 수 있지만, 서울 (신축) 아파트를 1차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집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민간 분양을 통해 청약으로 당첨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니 기존의 집을 구입하거나 공공 임대를 찾아보는 것이 빠릅니다.
월세는 돈을 모을 때 가장 피해야 할 항목입니다. 모든 여성이 그렇지만 특히 ‘K-장녀’ 여러분에게 더 강조하는 것이 바로 ‘주거 안정성 확보’입니다. 내 집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안정감과 자신감을 줍니다. 원가족과 관계가 틀어지더라도, 내가 살 곳이 있다는 것은 최후의 보루를 마련해두었다는 뜻이기에 좀더 당당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집을 사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청년층에게 공공 영역에서 지원하는 각종 주택(행복주택, 청년주택 등)이 늘어나고 있으니 부지런히 찾아보고 손품을 팔아야 합니다. 전세면 더 좋겠지만 월세인 경우가 대부분인 점은 아쉽지만 공공임대주택은 원한다면 계속 거주가 가능하고, 일정 한도까지 보증금을 많이 낼수록 월세를 인하해주기 때문에 최대한 보증금을 많이 내서 월세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LH나 SH처럼 공공 영역에서 지원하는 주택 외에도 공공에서 위탁받아 임대하는 집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민달팽이협동조합이나 녹색 친구들처럼 주택을 시세보다 싸게 임대해주고, 입주민들의 각종 커뮤니티 활동까지 지원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집들의 경우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지 않으니 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페이지를 팔로우하고, 카페에 가입하는 등의 손품만 부지런히 팔아도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에게 맞는 정보를 가져다주지 않으니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짓는 청년주택도 많이 공급될 예정이니 부지런히 자신에게 맞는 집을 찾다 보면 당신에게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이 생길 겁니다.
재정적으로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었던 제가 처음으로 독립을 할 수 있었던 건 임대아파트에 당첨됐기 때문입니다. LH에서 공급한 그 임대아파트에 관한 정보는 지역 신문에 실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아파트는 원룸처럼 거실과 화장실, 방 하나로 이뤄진 소형 평수 세대가 있는, 보기 드문 구성의 임대 아파트였습니다. 제가 처음에 들어갈 때만 해도 경쟁이 별로 치열하지 않았지만, 이후에 그 아파트는 역세권과 학세권, 대형 마트와 영화관을 비롯한 병원 등의 각종 편의 시설 슬세권에 위치한 덕에 인기가 아주 높아졌습니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 쾌적했고, 월세나 관리비가 저렴하기도 했죠. 이 아파트가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하지만 이 신규 분양 임대 아파트의 소식은 공중파 뉴스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역 신문에도 단신으로만 나왔을 뿐이고, 다른 곳에서도 접하지 못했습니다. 요즘은 임대아파트 분양 정보만 공유하는 카페가 있지만, 그때만 해도 저는 초보라서 그런 정보 루트가 있는지조차 몰랐으니까요.
지금은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저는 여전히 임대주택 정보 카페를 들여다봅니다. ‘K-장녀’로서의 습성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덕에 5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면서도 쓰러져가는 투룸에 살고 있던 동생에게 훨씬 좋은 조건의 쓰리룸을 소개해줄 수 있었고, 모아둔 돈이 없던 동생은 디딤돌 대출의 힘과 언니의 정보력 덕에 신축 공공주택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게 되어 출퇴근 시간이 늘어난 점은 아쉽지만, 언덕길을 숨가쁘게 한참 올라가야 하던 웃풍 심한 투룸을 벗어나 햇빛이 환히 들어오는 신축 쓰리룸에서 살게 된 동생을 보니 제가 다 기분이 좋더군요.
“집에는 인연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집을 보러 다닐 때 실제 현장에 많이 가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집의 위치와 조건을 평소에 잘 생각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에게 중요한 조건은 출퇴근을 위한 역세권,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조용할 것, 무엇보다 감당 가능한 가격이었습니다. 빌라나 다세대는 싫고 아파트여야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기왕이면 공기가 좋은 숲세권이길 원했지만, 서울에서 그 조건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요.
누군가 소원을 물어보면 바로 대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소원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순식간에 사라져가는 기회의 머리채를 붙잡으려면, 당신의 소원과 바램이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내 집을 갖고 싶다는 꿈도 좋지만, 막연한 열망 대신 ‘지하철 2호선 역세권에 위치한 대단지 아파트의 30평대’ 처럼 구체화시켜보세요. 요즘은 아파트에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VR로 아파트 내부까지 구석구석 감상이 가능한 시대이니, 손품만 부지런히 팔아도 당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동네, 내가 모은 돈과 빌릴 수 있는 돈, 원하는 주거 형태, 가까이 있었으면 하는 편의시설 등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을 시간 날 때마다 머릿속으로 그려본다면, 언젠가는 그 상상이 현실로 이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