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어떻게 양파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나?
씨앗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
카라향을 먹던 은콩이가 입에서 씨앗 하나를 발라내어 내밀었습니다.
“이것도 흙에 심으면 나중에 카라향이 되는 거야?”
“음, 아마도?”
은콩이는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었고
신기하게도 초록잎이 흙을 뚫고 솟았어요.
어느날,
몸을 작게 웅크리고 물을 주던 은콩이가 한참을 꼼지락거립니다.
뭐하나 싶어 슬그머니 다가가 봤더니.
“나무야. 나무야. 잘 자라라.
내가 없어도 예쁘게 잘 자라.”
목소리는 작지만 단호했고, 표정은 사뭇 진지했어요.
마치 초록 잎 하나하나가 아이의 말을 듣고 있는 것 같았죠.
씨앗은 흙에서 자라고
마음은 말에서 자란다
“은콩이 뭐해?”
“칭찬해 주고 있어.”
아이는 유튜브에서 ‘칭찬양파’ 영상을 봤다고 했습니다.
양파 한 개에는 매일 좋은 말
다른 양파엔 매일 나쁜 말을 하는 실험.
며칠 뒤, 좋은 말을 건넨 양파는 싱싱했고
나쁜 말을 해준 양파는 시들해졌다는 이야기
한때 ‘말의 힘’을 증명하는 사례로 화제가 됐지만, 곧 과학적으로 근거 없다는 반박이 뒤따랐죠. 저 역시 근거없음에 한표를 보냈습니다. 양파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리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유행처럼 사라진 그 명제를 믿는 사람이 눈앞에 나타났네요.
과학적 증명 따위 관심없는 아홉 살 은콩이.
아이는 매일 창가로 가서 화분에 말을 겁니다.
“잘 자라. 예쁘게 잘 자라서 빨리 열매를 보여줄래?”
때로는 장난감 갈퀴로 흙을 고르고
가끔은 잎사귀를 쓰다듬으며 속삭입니다.
그러다 식물이 조금이라도 자란 것 같으면
저를 다급하게 불러 자랑합니다.
자기 덕분에 1센티미터는 자랐다고요.
은콩이를 보며 문득 깨닫습니다.
양파든 화분이든, 과학적 근거가 없으면 뭐 어떤가.
식물이 반응하지 않아도, 아이 마음은 분명히 자라고 있는데.
어쩌면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군가에게 좋은 말을 건네고,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
그 순간 변하는 건 상대보다 먼저 나일지도 모릅니다.
말을 건네는 동안
우리는 그 사람을 더 깊이 바라보고
조금은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
카라향 잎은 몰라도, 아이는 듣고 있잖아요.
‘잘 자라’는 말은 식물에게는 공기 중 진동일지 몰라도
아이 마음속에서는 씨앗이 되어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마음이 다른 사람을 향해 또다시 말을 건네겠죠.
“잘 자라. 예쁘게 잘 자라야 해.
그리곤 빨리 너의 아름다운 마음을 내게도 보여주렴.”
과학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건 마음의 성장실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