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줘

매일 아침 은콩이가 건넨 한마디

by 서사이

은콩이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이모를 불러요.
그리고 말하죠.


안아줘.


방학 내내 은콩이와 함께 지내면서
우리의 하루는 포옹으로 시작되었어요.

눈곱을 떼기도 전에 서로를 꼭 끌어안으며
하루를 여는, 사랑스러운 아침의식.


“사랑해.”

“응, 나두.”

처음엔 그저 아이의 습관이나 어린냥 쯤으로 생각했어요


이 맘때 아이들은 포옹을 좋아하니까.

장난처럼, 애교처럼 다가오는 일상이라고요.


하지만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지고

낯선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은 요즘

은콩이의 포옹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야

매일 아침 아이를 안으며 느껴요.



스킨십은 별로지만

마론인형 향이 나는 아이의 머리카락 향과

덥지도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의 체온

그리고 애정의 강도를 느끼게 하는

두 팔의 조임


짧은 순간이지만, 은콩이의 포옹으로
하루를 버텨낼 용기를 얻죠.



누군가를 안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안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요.



“이모는 꼭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 노력할게.”
“노력하지 않아도 돼. 지금도 좋은 어른이야.”


<은콩이가 그린 '안아줘'>





말보다 깊은 위로
포옹


우리는 위로의 말을 주고받는 데 익숙합니다.

“괜찮아.”

“힘내.”

하지만 때때로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포옹은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감정을 정리할 이유도,
옳고 그름의 잣대도 필요 없어요.
따뜻한 체온이 그대로 전해줄 거예요.


하루 종일 애써 괜찮은 척 버티다
아무 말 없이 안겨오는 아이를 안을 때
속으로 흐느끼던 눈물이 멈추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부둥켜안으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교환하기도 하죠.


불안으로 가슴이 조일 때,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눈물이 터질 때,
포옹은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심리학자들은 포옹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을 안정시킨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론 없이도 알아요.
이미 몸으로 느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겼을 때 느껴지는 그 안도감,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다시 설 수 있다는 용기를 불어넣는 힘.


그래서 포옹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에요.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잠깐이지만 그 안에서 다시 용기를 얻습니다.


머릿 속이 하얗게 돼 버렸을 때

머뭇거리지 말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말해보세요.


“안아줘.”


그 짧은 한마디가,
우리의 삶을 다시 지탱해주는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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