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이별이 아니다

은콩이가 겪은 첫 이별 이야기

by 서사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당신의 첫 이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살면서 겪는 수많은 이별 중에,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에 관한 이야기예요.





은콩이의 단짝 친구가 방학과 동시에 제주도로 떠나게 됐어요.


학교 때문에 서울에 왔다가, 아빠가 계신 본가로 돌아가게 된 거 였어요.


단짝 친구가 떠난다는 소식을 알게 된 3개월 전.

그때부터 은콩이는 문득 문득 침울해졌어요.


정말 소중한 단짝 친구였거든요.


수줍음 많은 은콩이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친구.


작은 키에 콤플렉스가 있는 은콩이에게, 만날 때마다 귀엽다고 말해준 친구.


내성적인 은콩이의 말에 먼저 귀를 기울여준 친구였죠.



“은콩이는 윤다르크가 왜 그렇게 좋아?”
“윤다르크는 자기 말만 하지 않아. 내 말을 잘 들어줘. 우리는 잘 통해.”



은콩이와 저는 그 친구에게 윤다르크란 별명을 붙여줬어요.


잔다르크의 용기와 당당함을 닮은 윤다르크요.



그런 소중한 친구가 제주도로 떠나다니.



“머리 위에 먹구름이 낀 것 같아”



이별을 쉽게 믿을 수도, 받아들일 준비도 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아마도 은콩이에겐 첫 이별의 경험이지 않을까.


미루어 짐작하고 걱정했죠.


단짝 친구가 사라져서 크게 상심하지 않을까, 하고요.



친구가 떠나던 날. 은콩이는 의외로 덤덤한 얼굴로 귀가했어요.



“콩아, 윤다르크는 잘 떠났어?”

“응. …아마도?”



너무 시크한 대답이 이상할 정도죠?



“선물은 잘 전해줬어?”

“응. 사물함에 넣어뒀어. 없어졌으니까……, 가져갔겠지?”



은콩이는 아직 핸드폰이 없어요.


친구는 반이 달라서, 사물함에 선물을 넣어두었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은 못 봤구나.”

“응.”

“아쉬웠겠다.”

“응, 별로.”

“그래?”

“금방 볼 건데 뭘.”

“금방?”


의아해서 물었더니, 줄곧 시크하게 대꾸하던 은콩이가 입꼬리를 씨익- 올리며 특유의 미소를 지었어요. 장꾸미소 말이에요.



“이모 나 소원이 있어.”

“응? 소원?”

“약속해. 들어줄 거지?”



친구와 둘이 깜찍한 약속을 했더라고요.

방학 때 제주도에서 다시 만나기로요.


곧 제주도에 가서 친구를 만난다고 생각했는지, 은콩이는 오히려 들떠있었어요.


“윤다르크네 앞마당엔 워터파크가 있대.”

“그래?”

“엄청 큰 녹차밭도 있대.”



아이의 마음은 이미 제주도로 날아가 있네요.


그리곤, 엄마 핸드폰에서 사진첩을 열어 무언가를 열심히 찾습니다.



“무슨 사진 찾아?”

“윤다르크랑 L월드에 가서 찍은 사진. 보고 싶을 땐 그 사진 보기로 약속했거든.”



그날 사진을 보면서 은콩이는 제게 윤다르크와의 재미난 추억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추억을 회상하며, 다시 만날 날을 부푼 마음으로 기다리는 은콩이.



어떤 사람은 눈물로, 어떤 사람은 침묵으로, 또 어떤 이는 추억으로, 그리움으로 이별의 후폭풍을 견뎌내요.


은콩이는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그때의 미소와 웃음을 떠올렸어요.


슬픔 대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아이는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자기 만의 방법을 배워가고 있었어요.



KakaoTalk_Photo_2025-08-03-19-41-59 001.jpeg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린 서로를 찾게 될 거야>


삶에서 이별이란 누구나 피할 수 없이 반복되는 과정이죠.

친구와의 이별, 가족과의 이별, 반려견과의 이별...


혹시 사고처럼 닥쳐온 이별로 힘들어본 적 있나요?



저 역시 그런 적이 있어요.


이별을 인정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시간이었죠.


암흑기 같은 날들을 지나던 어느날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분은 먼 여행을 떠난 것 뿐이라고요.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는 다른 세상으로 가신 게 아니라 그저 길고 긴 여행을 떠나신 것 뿐이라고요.’



그래요 길고 긴 여행. 이별이 꼭 ‘끝’인 것 만은 아니잖아요.


우린 어느 세계 어느 차원에서 다시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


이별은 물리적, 심리적 거리의 문제이지, 관계의 절연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까 이별은 관계의 ‘끝’이 아닌 관계의 ‘쉼’인 건 아닐까.


잠시 떨어져 있을 뿐,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살아가는 중이라고요.


어떤 이별을 맞이하든 우리가 할 일은 소중한 추억을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라고요.


그리고 꿈꿨던 것처럼 재회한다면, 그때 마음 한켠의 추억이 끊어진 관계를 잇는 다리가 되고 마치 어제 헤어진 것처럼 우리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줄 거라고요.



이별은 이별이 아니라 관계의 쉼일 뿐이니까.

간절히 원한다면 우리는 꼭 다시 만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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