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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Apr 28. 2018

메시지와 메타메시지

말은 스테레오 사운드

핵심은 메타메시지가 더욱 중요하게(강력하게) 기능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메타 메시지는 메시지의 상위 메시지이며, 메시지를 독해하는 방법에 대한 메시지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좋아해"라고 말할 때, 여자의 대답이 즉각적으로 "나도 좋아해"라고 하는 것과 1~2초 정도 뜸을 들인 후에 "나도 좋아해"라고 대답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다르다. 두 경우에 텍스트로 표현하는 메시지는 '나도 좋아해'로 똑같다. 하지만 메타 메시지가 '나도 좋아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있다. 바로 1~2초 뜸을 들이는 것이 메타 메시지이다. 그럼으로써 '나도 좋아해'가 이성으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체 없이 즉각적이라는 조건도 메타 메시지이다. '네 그런 말을 기다렸고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메타 메시지를 전달한다. 물론 몸을 배배꼬면서 대답했다면 메타메시지의 의미는 또 다를 것이다. 어떻게 다른지 현재를 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핵심적이라 생각돼서 우치다 선생님 글을 인용해야겠다.


우리는 보통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메시지의 처리와 동시에 메타 메시지의 독해법에 대한 처리 또한 수행하고 있다. 

메시지와 메타 메시지의 관계는 말하자면 암호 전보와 암호 해독표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암호 해독표에 의하지 않고는 암호를 해독할 수 없듯이 커뮤니케이션 장에서 메타 메시지에 관한 커뮤니케이션 당사자 간의 합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어떠한 커뮤니케이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메타 커뮤니케이션을 우리는 보통 거의 무의식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메타 메시지를 알아듣고 있는가” 하고 정면으로 묻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할 것이다. 메타 메시지를 읽어내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우리가 어떻게 그걸 해내는지 굳이 따져보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곧 출간 될 <죽음과 신체> 머리말 중)


아기가 성장하며 말을 배울 때 메타 메시지에 대해 학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10세까지는 낱말공부보다 메타 메시지를 구분하고 해석하는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 메타 메시지의 올바른 해석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조건이다. 어릴 때 메타 메시지에 대한 훈련이 부족할 때 메시지와 메타 메시지를 혼동할 수 있다. 그런 혼동이 이중구속을 일으키고 심하면 정신질환자의 행동을 보이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1950년대에 그레고리 베이트슨이 주장한 Double Bind 이론이다.

내가 왜 이중구속 이론에 충격을 받았냐하면 지금까지 선생과 학생으로 인연을 맺은 거의 대부분의 어린이청소년에게서 메시지와 메타 메시지의 혼동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현상에 대한 목격 및 관찰은 가능하지만 원인에 대해 고민만 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적어도 경제적 배경의 차이는 아니었다. 부모의 학벌도 원인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타고난 지능의 문제는 더더욱 아니었다.

베이트슨의 주장을 알고서야 비로소 고민이 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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