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쁜 일정이 많아(라기보다는 꾸준히 글쓰는게 어려워서) 한동안 또 글을 쓰지 못했다. 일주일 단위로 남기려고 했는데, 그래도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기로 한다. 어쨌든 이어가면 그만이니까.
2.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본을 다녀왔고, 이사를 했고, 또 큰 행사도 있었다.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산은 단풍이 물들고 있었고 날은 차가워졌다. 과연, 제주에 비해 육지의 가을은 아름답다. 사람들에게 너무 아름답지 않냐고 물었지만 여기서만 오랫동안 산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어령 전 장관님께서 '살구꽃의 아름다움은 고향을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다'고 한것처럼, 내가 여기저기 떠돌아 다녀서 그 아름다움을 더 잘 느끼는 걸까.
3.
새로 이사한 집은 꽤 마음에 든다. 임대주택인 덕분에 원래 살던 오피스텔보다 훨씬 넓은데 가격은 저렴했다. 해도 넉넉하게 들어오고 내가 첫 입주자라 방도 깔끔하다. 6년 전 나는 이런 임대주택에 살면서 가볍게 장을 보고, 최대한 적게 쓰면서 하루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싶었다. 어떤 꿈들은 가슴속에 담아두면 언젠가 뜬금없이 이뤄지는 모양이다. 이 집에서의 삶은 꽤 만족스럽고 안온하다. 언젠가 남편이 여기로 오게 되면 같이 주변을 여행하며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4.
요즘 너무 많이 먹고 또 잘 먹어서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원래도 통통했지만 더 통통하게 올라 조절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일단 하루에 만보라도 걸으려고 틈만나면 여기저기 걷고 있는데, 이런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자꾸 나를 책망하기만 하면 나아지는게 없다. 책망하면 더 정신을 차리는게 아니라 힘을 낼 에너지마저 빼앗아가버린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데 사나운 욕심이 끼어들면 어히려 할 수 있는 정도도 못하게 되는 듯 하다. 모든건 정리의 문제. 욕심도, 시간도, 계획도 모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