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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여름 Jan 07. 2020

열심히 일해도 지치지는 않는 저녁

일은 많아졌지만, 스트레스는 줄어들었다.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시골에 왔지만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여기서 일이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시골에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과감히 뛰어든 용기에 대한 보상일까? 운좋게도 이전 직장보다 훨씬 좋은 자리를 꿰찼다. 월급은 150% 수준이고 하는 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다. 이전직장의 커리어가 좋은 경력으로 작용했던 것도 행운이었다.


 물론, 월급이 많은 만큼 일의 양도 많아졌다. 절대적인 업무량 자체가 150%로 늘어난 듯 하다. 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져서인지, 도시를 벗어났기 때문인지 지치고 허덕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말그대로 집중해서 일하고, 집에 돌아오면 편한 휴식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도시에서는 출퇴근길마저 나를 지치게 했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 너무 많은 건물들, 너무 많은 가게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끊이지 않는 생활 소음들..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끊임없이 나에게  번잡스러운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곳의 퇴근길은 간단 명료하다. 작은 가게들을 지나 시장쪽에 있는 원룸에 도착하면,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생활소음도 거의 없다. 기껏해야 '읍'정도인 이 도시는 미니멀 라이프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마음에 쏙 들정도로 심플하다.

 

언덕위로 보이는 달이 좋아서 찍아봤다.


 내려 오기 전에는 작은 도시에서 살면 불편하고 예상치 못한 어려운 점도 있을 줄 알았는데, 불편하기는 커녕  묘한 안정감 마저 든다. 꼭 필요한 것은 다 있고, 30분이면 시내를 한바퀴 다 돌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잘 정리된 도시는 내게 너무 많은 선택지를 내밀어 혼란스럽게 하지도, 무언가를 처리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 수고로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새로 지은 도서관은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자랑하며  새책이나 다름없는 책들을 선보인다.  내 취향에 꼭맞는 책들이 신간 코너에 꽂혀 있는걸  보면  아마도 사서가 나와 취향이 비슷한 모양이다.


 고즈넉하기까지한 출퇴근길은 업무와 일상을 완벽하게 분리해주고, 내가 업무외의 다른 일로 지치지 않게 해준다. 게다가 주말에는 더 조용해지기 때문에 번잡할 틈이 없다. 이곳에 살기 시작한지 6개월째. 나는 내 고향보다 이곳이 더 좋아졌다. 내가 살아본 곳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일을 많이하지만 지치지는 않는다. 작은 도시에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고요하고 편안한 것일 줄 예상하지 못했다. 출퇴근길에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이 있다면 이따금씩 보이는 고양이들 뿐이다. 이 도시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고양이들은 나를 보고는 도망가지도, 다가오지도 않고 그저 눈을 맞춘다. 그러면 나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다시 내 갈길을 가는 것이다.


 이 평화를 적어도 당분간은 누리고 싶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해내라고 무언의 압박을하는 환경에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 내 고향보다 더 편한 이곳에서 나는 앞으로 요거트 뚜껑을 핥아 먹듯 최선을 다해 고요한 평화를 싹싹 핥아 먹을 것이다. 일은 열심히 하지만 지치지는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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