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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10. 2019

저자의 ‘만용’이 부럽다  

 아빠가 전하는 귀한 잔소리. 서완식 지음


나는 저자와 정반대로 살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체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두 가지다. 나는 어느 경우에도 남에게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남에게 권하지 싶지 않아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현실적인 이유다. 잔소리를 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화는 가끔 하지만 잔소리는 피한다.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다. 다행히 아이 둘 다 비교적 잘 성장한 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근데 말이다. ‘잔소리’를 안 한 것이 또는 못한 것이 최근에 들어 가끔 후회된다. 자식들이 재미가 없다. 알아서 잘하는 것은 좋은데 부딪치며 사는 재미가 별로 없다. 이제 같이 맥주 한잔 할 나이들이 되었기 때문에 편하게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안 한다. 그저 일상적 대화에서 끝난다. 식사를 하면서 TV를 보다가 TV 속에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참견하면 식사자리가 끝난다. 재미가 없다.


저자는 잔소리를 통해 계속 자식들과 소통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저자의 모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적혀있지는 않을 것이다. 출판된 책의 속성 상 감춘 것도 있을 것이고 각색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감안해도 저자의 패밀리 스토리는 매우 재미있어 보인다. 그런 것들이 좀 부럽다.


그러나 이제 다시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아이들의 삶은 아이들의 삶이고 본인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서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혹 내가 잔소리를 한다고 해서 별로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그냥 저자와는 달리 살았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조금은 저자의 그 ‘만용’이 부럽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저 그런 잔소리라고 속단하지 말고 읽어보기를 권한다. 시중에 나와있는 유명인사의 고담준론이 아니다. 서울대 수석 합격시킨 장한 어머니의 눈물 나는 성공담도 아니다. 평범한 아버지의 자식 사랑 고백서다. 그래서 더 의미 있고 진솔하다. 좋은 책이다.


++


목차

제 1 부 가슴 뭉클한 이름 , 가족

제2부 청춘이 풀어야 할 숙제

3부 배우면서 행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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