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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Nov 01. 2020

올 고구마 농사, 망했습니다 ㅠㅠ

삼애 나눔 농장 이야기 2020 _ 28/29  (10.25/11.01)

삼애농장 농장주 금년도 마지막 모임(11/01) 끝나고 기념으로 한 장 찍었습니다. 몇 분은 참석 못했습니다.  정말 다 좋으신 분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고구마 수확할 때가 지났지만, 늦게 심은 탓에 매년 이맘때 쯤 수확했습니다. 오늘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고구마 잎 중 이미 많이 마른 것들도 있습니다. 

삽으로 뿌리 주변을 넓게 파는데, 올해처럼 삽질이 힘든 해는 처음입니다. 가을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땅이 거의 돌덩어리 수준입니다. 

게다가 며칠 전 다친 오른쪽 어깨가 아직도 불편해 삽질할 때마다 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수확이 좋으면 힘이 날 텐데 올해 처럼 수확이 없는 해는 처음입니다. 힘들게 삽질을 해서 캐면 대부분 사진 오른쪽처럼 나옵니다. 완전 쭉정이 입니다. 왼쪽 정도로 큰 고구마는 한두 개가 전부입니다. 

어쨌든 수확하고 나서 도와주신 분들과 한 장 찍었습니다. 두 분 감사드립니다. 

위 사진보다는 조금 더 많지만 예년에 비하면 1/10 정도뿐이 안됩니다. 흉년입니다. ㅠㅠㅠ 

일주일 정도 지나야 당도가 좋다 해서 말리려고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무, 배추, 갓을 제외하고는 호박만 남았습니다. 서리가 아직은 안와 호박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이 호박꽃 볼 날도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 고구마 심을 때부터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일단 모종이 참 좋았습니다. 심은 모종 거의 전부 생존한 것도 기대를 부풀게 한 이유였습니다. 9월, 10월 고구마 줄기도 잘 자랐고 줄기도 여러 번 따주었습니다. 가을 가뭄이 좀 걱정됐지만 그래도 잘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흉년이었습니다. 나야 아마추어라 그리 큰 상관이 없지만 고구마 재배가 생업인 경우에는 정말 심각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고구마를 심을 수도 없고 그저 막막하게 가을 이후를 보내야만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농부의 보수성은 이런 상황들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 선배 등 경험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질서 순응적 태도를 갖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겨울을 춥고 배고프게 보내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이제 두 주 후쯤 김장용 무, 배추, 갓을 뽑아 김장을 담으려고 합니다. 올 농장 일기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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