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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난다 May 09. 2021

필살기? 가장 나다운 사랑의 기술!

‘天職’이란 나와 세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

그러나 막상 일터를 완전히 떠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일’이 정체성의 거의 전부였던 나같은 사람이 일없이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운이 좋아 그리 할 수 있다 쳐도 아이들이 저마다의 세상으로 떠난 이후의 남은 삶을 감당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되겠지.' 정도의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도무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맘놓고 아이들과의 시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믿고 따라갈 수 있는 든든한 로드맵이 절실했다. 그때서부터 다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었다.


참을 수 없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그 일을 따라 나서라.
그 우주적 떨림을 거부하지 마라.
그 일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그 일이 곧 자신의 천직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떨림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 주어진 일을 아주 잘 해낼 수 있는 즐거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을 알아내는 순간매일 숙제처럼 목을 죄어오던 일상의 일들 중에
어떤 것들은 나의 타고난 적성에 잘 어울려 이내 즐거움으로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 일이 내 천직으로 가는 입구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그 일에 통달하게 되면
죽을 때까지 먹고 살 수 있는 평생의 직업으로 변용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직장인의 필살기 발굴의 원칙이다.

구본형의 <필살기> 중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버리지 않고, 재조합하고 재창조해 차별적인 전문직업으로 다듬어가는 스승의 필살기 창조 모델을 가정이라는 현장에 적용하면 승산이 아주 없을 것 같지 않았다. 새로운 방법의 핵심은 이런 것이다.


첫째, 월급쟁이의 마인드 셋에서 비즈니스맨의 마인드 셋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의 직무를 '해야 할 숙제'로 보지 않고, '팔아야 할 비즈니스'로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모든 비즈니스는 경영전략을 가지고 있고, 전략의 핵심은 여러 비즈니스의 조합중에서 가장 강한 것을 발굴하여 집중투자하는 것이다. 이것이 강점경영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직무를 분해하여, 자신의 가장 강한 재능에 집중 투자할 전략적 태스크를 선택하고 부족한 핵심 테스크는 보완하고 변용하여,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있는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전략을 검박한 실천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갈 곳이 정해지면 달리면 된다. 달리는 사람에게는 지루함이 없다. 새로운 습관이 실천을 자동화하고, 상사의 지시가 아니라 스스로 부여한 규율이 행동의 고삐를 쥐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간이 되어 빵이 익듯이 1만 시간이 지나면 필살기가 구워진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차별적 전문성, 스승은 그것을 ‘필살기’라고 불렀다. ‘필살기’는 승리의 급소를 걷어차는 죽여주는 기술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여준다'는 것은 표현의 끝이다. '모든 것을 넘어서는 탁월함'에 대한 가장 서민적 표현이다. 그러니까 이 표현에는 평범한 재능을 가진 보통 사람이 내일 죽을 듯이 오늘을 살아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경지의 기술이라는 인류 보편의 경험적 지혜가 담겨있는 셈이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에게 ‘필살기’는 현실보다는 ‘꿈’에 가까운 영역이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이들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필살기’를 얻게 될 때 비로소 열리게 된다는 業을 ‘하늘이 내린 직분’, 즉 ‘天職’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역시 엄마와 주부라는 역할을 소화하기에도 벅찬 나에게 ‘天職’이란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비현실적인 희망’일 뿐인 걸까? 역시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일터와 가정을 오가며 어디에도 충실하지 못한 삶을 버티거나, 일과 아이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하는 것 뿐인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넘어져 한참을 일어날 엄두도 못 내고 망연자실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필살기, 필살기, 죽이는 기술이란 말이지. 죽여주는 기술, 그런데 대체 누구를 죽여준다는 거지? 그래, 아마도 고객이겠지? 그렇다면 모든 것을 넘어서는 탁월함의 경지란 모든 고객, 다시 말해 모든 관계에서 먹힐 만큼 탁월한 ‘관계의 기술’이란 말이잖아.


정리하면 내가 그리 탐내는 ‘天職’도 결국은 나와 세상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관계의 다른 표현이라는 결론! 그렇다면 천직수련이란 바로 ‘관계의 필살기’, 다시 말해 ‘사랑의 기술’을 연마해가는 과정에 다름이 아닌 거잖아!”


벌떡 일어서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미 그리도 원하던 천직수련을 위한 최적의 현장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거다. 다시 말해 나를 마음껏 꿈꾸지 못하게 하는 굴레라고만 생각하던 ‘현실의 관계’들이야말로 가장 나다운 방법으로 세상을 여는 ‘사랑의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수련장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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