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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Nov 12. 2023

성격의 양면



1. 잘못된 기대


인간관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에게 잘못된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대라 함은, 한 사람에게 상반된 성격을 동시에 바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소심한 사람이 대범해지기를 원하고, 무던한 사람이 세심해지길 원하는 것이다. 


이는 중식 주방장에게 왜 파스타 못 만드냐고 소리치고, 양식당 셰프에게 왜 짜장면 못 만드냐고 윽박지르는 꼴이랑 비슷하다.


성격은 하나의 특징에 불과하다. 완전히 장점일 수도, 오롯이 단점일 수도 없다. 일장일단 있을 뿐이다. 소심한 사람은 세심한(섬세한) 면이 있고, 무던한 사람은 차분한(까다롭지 않은) 면이 있다. 


각각의 성격이 장점으로 발휘되지 못할 때는 그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도 있다. 소심한 사람이 세심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거나, 무던한 사람이 차분한 모습을 보이지 못할 때 말이다. 하지만 소심한 사람이 대범해지길 바라고 무던한 사람에게 세심함을 바라는 것은, 전적으로 기대하는 사람의 착오다.


2. 2 ≥ 1+1


전적으로 혼자가 편하다.


혼자 생활하는 게 편하고, 혼자 계획하는 게 편하고, 혼자 결정하는 게 편하다. 신경 쓸 것도 없고, 배려할 대상도 없다. 내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 요즘은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기계도 많아서 적당한 돈만 있으면 불편한 게 없다. 


다만, 우리 삶의 목적이 편리함에만 있지는 않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일들은 혼자보다는 같이 하는 게 많다.


예컨대, 새로운 가정을 만들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은, 원시시대나 현대사회나 혼자는 버겁다. 두 명의 사람이 각자의 장점에 따라 가사를 분담하고 역할을 나누는 편이 낫다.


회사를 운영할 때도, CEO 혼자 모든 것을 전담할 수는 없다. 규모가 커지면 CFO, CTO, CMO 등 각 섹터별로 최고 담당자가 별도로 필요하다. 


혼자 하는 것은 편하지만, 한계가 있다. 물론 함께 했을 때, 혼자 보다 별로일 때도 있지만, 확률적으로 함께할 때 더 나은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혼자는 허무주의로 귀결되기 쉽다. 


‘이게 다 무슨 의미지?’


3. 아이러니


한 가지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반대급부로 다른 영역에서 단점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꼼꼼하고 실수가 없는 사람은 지엽적인 것에 천착해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결단력이 있는 사람은 속단하고 문제를 완전히 잘못짚을 수도 있다.


스스로 완급조절을 하거나 중용을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그저 하나의 성격이 상황에 따라 장점이나 단점으로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혼자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편이 낫다.


나 같은 경우, 평소에는 밝고 낙천적인 사람이 잘 맞다. 일을 할 때는, 빨리빨리 하려는 사람이 잘 맞다. 내가 차분하고 진지하며, 세심하고 디테일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


4. 좋은 사람


비싼 홍삼도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으며, 간지럼을 많이 타는 사람은 고급 아로마 마사지도 휴식이 아니라 고문이다. 그래서 제품이나 서비스도 나랑 잘 맞는 게 좋은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남들에게는 단점이더라도, 남들에게 장점이더라도, 내가 장점으로 느끼는 게 중요하다. 함께일 때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그 사람은 내게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각자에게 잘 맞는 사람이, 각자에게 좋은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등대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난파선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역설적으로 모두에게 나쁜 사람이다.

아님 말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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