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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Nov 17. 2023

눈, 눈빛, 시선


인간과 다른 동물과의 차이점 중 하나는 눈에 흰자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흰자위가 있는 인간의 눈을 보면 어느 방향을 응시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가 있다. 공동체를 형성하고 상호 신뢰를 위해 진화한 결과이다.


인간은 유아 단계에서부터 성인의 눈동자에서 감정을 간파할 수 있다.


눈동자를 굴린다는 표현도 흰자위가 있기에, 검은 동공의 움직임을 쉽게 포착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니 사람들은 평상시에 각자의 눈빛이나 시선을 통해 많은 정보를 노출하고, 파악도 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동물은 공막이 검어서, 흰자위가 따로 없다. 그래서 사랑하는 강아지의 눈을 아무리 쳐다봐도 그 녀석의 생각을 어림짐작 할 수 없는 이유도 검게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인간의 눈과 강아지의 눈을 번갈아 가면서 지긋이 응시해 보면,

한쪽에서는 어딘가 모를 따스함과 다른 한쪽에서는 괜히 무서운 느낌이 든다.


#1.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눈을 보면 발원지가 어디인지 모를 불안함과 초조함이 느껴지는 반면,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시선이 방황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할 때 상대의 눈을 피하게 되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내 생각이 들통날 수도 있다는 것을 걸리지 않기 위한 본능적 회피이다.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해도 진심이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는 이유도 찰나에 눈빛이 흔들리기 때문이고, 싫어졌다고 말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 눈빛으로 티가 난다.


눈을 흐리멍덩하게 뜨지 말고, 부릅뜨고 다니라는 것도, 행색이 초라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눈만 보고도 얕잡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를 꼈을 때 신비한 느낌이 나는 이유도, 실제로 눈이 안 보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2.


누구나 타인의 질투를 느껴봤을 것이다. 꼭 집단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군계일학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남보다 조금 잘난 게 시기를 많이 받는다. 말로는 축하한다, 괜찮다고 위로하지만 눈빛은 다를 수 있다.


그다지 좋은 일이 자주 있지도 않지만, 언젠가부터는 좋은 일이 있어도, 언어와 불일치하는 시선을 받게 되는 게 싫어서 굳이 말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좋은 일을 들어도 온전히 축하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결국 여유로운 사람이다.


#3.


붐비는 지하철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짜증 내는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눈빛만을 봐도 감정이 내게 전이된다. 그게 짜증이든 꿀 떨어지는 눈빛이든.


#4.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이에서, 보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거진 10년을 듣다 보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어쩌면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에는 거리낌이 없지만,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는 조심스러운, 혹은 미숙한 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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